▲tvN 드라마 '잔혹한 인턴'의 한 장면주인공 고해라가 경력직 채용 면접에서 결의를 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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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나 회사 관뒀어.
부인: 나 회사 못 다니겠어.
남편: 뭐?
부인: 회사를 관두다니 그게... 당신 미쳤어?
남편: 아니, 지금 출근한 지 일주일이 됐어, 한 달이 됐어? 그게 할 소리야?
부인: 당장 일어나. 가서 사표 물러 달라고 해. 사표 수리되기 전에!
남편: 아, 벌써 끝났어! 아니, 그리고 이틀 되고 그만두겠다는 사람이, 근 20년을 한 직장만 다닌 내가 관둔다는데 그걸 이해 못해?
부인: 나는 진짜 사정이 있다고.
남편: 나는 뭐, 사정없는 사람인 줄 알아?
tvN 드라마 <잔혹한 인턴>에서 20년 다닌 회사를 그만둔 공수표(이종혁)와 경단녀에서 다시 인턴으로 출근한 지 이틀 된 고해라(라미란)가 다투는 내용이다. 회사에 20년을 다닌 직장인이나 이틀 다닌 직장인이나 그만두고 싶은 마음은 모두 절박하다.
나 역시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수시로 지배한다. 사회초년생 시절, 회사 생활이 즐거웠던 적도 분명히 있다. 이제는 연차와 재미는 반비례한다는 사실을 하루하루 깨달을 뿐이다. 세월이 주는 무게이자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위협에 대한 도피이기도 하다.
퇴사가 고픈 직장인의 저마다의 속사정
<잔혹한 인턴>의 주인공 고해라는 그토록 바라던 재취업에 성공했다. 하지만 주어진 임무에 대한 내면의 갈등과 심리적 부담이 커 회사를 그만두고 싶어 한다.
현실 속 직장인도 비슷하다. 연차가 쌓이고 직급이 올라갈수록 심리적 부담이 커진다. 요구하는 일은 점점 중요해지고 많아지는데, 실력은 생각만큼 늘지 않아 고민할 때도 있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가 지난 7월 17일부터 22일까지 미국 실리콘밸리 재직자 296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직장인 10명 중 6명이 "내 무능을 회사가 알까 두렵다"고 말했다.
개개인의 기준이겠지만 많은 이가 엇비슷한 고민을 하지 않을까. 업무 진행 시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무능함을 실감한다. 그동안 회사에서 속절없이 시간만 흘려보낸 듯한 허탈한 기분에 허우적거리기도 한다. 똑똑한 후배들이 속속 등장해 실력을 발휘할 때는 '이제는 알아서 물러나야 할 때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과의 갈등도 퇴사 욕구를 부르는 커다란 문제다. 회사가 아닌 사람을 떠나는 비극이 비일비재하다. 예전에 다니던 회사의 한 팀은 팀장과의 갈등으로 8명의 팀원이 모두 퇴사했다. 한 후배는 팀장과 갈등을 지속하다 무작정 사직서를 냈다. 후배는 자기가 팀장을 버린 것이라고 표현했다. 세계적인 기업 구글을 등지는 사람들도 회사가 아닌 '누군가'를 떠나는 것이라고 하니 말 다 했다.
조직의 갑질을 참을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어느 날 동창 8명이 모인 단톡방에서 친구가 푸념했다.
"나 팀장 잘렸어. 대 팀제로 조직개편 하면서 다시 팀원 됐다. 쪽팔려서 가족한테도 말 못 하고 때려치우고 싶다."
회사의 방침이라 많은 이가 피해와 극심한 스트레스를 맛봤지만, 자신의 무능함 때문이라는 생각이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고 했다. '필요 없는 존재가 된 거 같은 생각에 하루하루가 불편하다'는 친구 말이 애잔하다.
업무나 근로환경에서 받는 압박과 스트레스 때문에 떠나고 싶은 이도 있고, 건강상의 문제로 회사를 떠나는 경우도 있다. 우울증과 공황장애로 회사를 그만둔 후배도 있고 과도한 업무, 불공정한 대우 등으로 회사를 떠나는 동료도 많았다.
가장 궁극적인 목적 '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