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킬러> 스틸컷
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더 킬러>가 11월 10일 공개를 앞두고 10월 25일 CGV를 통해 단독 개봉했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아이콘(동시대를 대표하는 거장들의 신작을 소개하는 섹션)에 초청된 데이빗 핀처의 신작이다. 프랑스 작가 알렉시 놀랑(일명 '마츠')의 그래픽 노블 시리즈를 원작으로 했고, 제80회 베니스영화제의 경쟁 부분에 초청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넷플릭스에만 갇혀 있기 아까운 영화다. 한 킬러가 작전에 실패한 후 당한 보복을 대갚음해 주기 위해 하나씩 단계를 밟아나간다. 천천히 그리고 진중하게. 단 하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과 악에 받친 분노를 차곡차곡 쌓아 고용주를 향해 전진한다. 파리, 도미니카 공화국, 미국을 누빈다. 고전적이거나 현대적인, 무미건조하거나 야생적인 장소를 이동하다 보면 주인공의 내면과 자연스럽게 동화된다. 음향과 음악 선곡도 탁월해 말 없는 킬러의 취향을 조금이나 이해하는 요소가 되어준다.
챕터를 나누고 독백으로 시작해 독백으로 끝난다.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설정이지만 마이클 패스벤더의 강렬한 인장 하나로 118분을 지배한다. 평소 이성과 감성을 엄격히 분리하는 전문가였지만 한 번의 실수로 나락으로 떨어진 남자의 절박한 몸부림을 화면 가득 채운다. 아무도 관심 두지 않을 독일 관광객 코스프레로 주변에 스며들고, 여러 신분으로 위장해 전 세계를 누빈다. 나라별 분위기와 스타일리시한 편집은 무자비한 킬러의 내면과도 대비된다.
냉철한 암살자의 정제된 복수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