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에서 승리 거둔 롯데9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경기에서 8-1로 승리를 거둔 롯데 선수들이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른 팀에서 우승 경력이 있는 외부인사'를 감독으로 영입하여 우승까지 성공한 사례는 김응용 감독 외에 외국인 사령탑까지 범위를 넓히면 트레이 힐만(SK, 2018년) 정도가 유일하다 힐만 감독은 한미일에서 모두 사령탑을 역임했고, SK에 부임하기 전인 2006년 일본에서 니혼햄 파이터즈를 일본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전력이 있었다.
반면 김성근(1388승), 김인식(978승), 김재박(936승), 강병철(914승), 김경문(896승), 김영덕(707승), 류중일(691승) 등은 모두 명장으로 불리우며 KBO리그에서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받는 인물들이지만, 2개 팀에서 우승을 달성하는 데는 전부 실패했다.
이중 김성근의 SK, 김재박의 LG, 선동열-류중일의 삼성은 KBO리그 역사에서 한 시대를 지배한 왕조로까지 평가받는 팀들이었고 자연히 황금기를 이끈 감독들의 주가도 정점에 올랐다.
하지만 이들이 이후에 지휘봉을 잡은 김성근의 한화(2015-2017, 가을야구 진출 실패, 중도 경질), 김재박의 LG(2007-2009, 가을야구 진출 실패), 선동열의 KIA(2012-2014, 가을야구 진출 실패), 류중일의 LG(2018-2020, 가을야구 진출 2회) 등은 모두 저조한 성적에 그치며 거두며 이전의 성과와 명성까지도 크게 깎아먹는 악수로 '왕조의 저주'라는 징크스까지 생겨났다.
'롯태형'을 바라보는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엇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냉정히 말해 현재 롯데는 우승은 고사하고 가을야구도 섣불리 장담할 수 있을 만한 전력이 아니다. 김태형 감독이 처음 부임할 당시의 두산도 오랫동안 우승과 인연이 없었던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국가대표급 선수층과 '화수분'으로 불리우는 육성시스템, 꾸준한 가을야구 경험을 갖추며 전력 자체가 우승권에 근접한 팀이었던 것과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롯태형의 롤모델이 삼응용이라면, 반면교사는 한화 시절의 김응용과 백인천 전 롯데 감독이 있다. 유일하게 2개 팀 우승을 달성한 김응용 감독조차 말년에 현장으로 복귀한 한화 이글스(2013-2014)에서는 달라진 현대야구 적응에 실패하며 2년 연속 꼴찌라는 초라한 성적과 함께 온갖 오명을 뒤집어쓰고 지도자 말년의 흑역사만 남겼다.
또한 롯데에서 '다른 팀에서 우승경력이 있는 외부인사'를 영입한 사례는 이미 김태형 감독보다 20여 년이나 이전에 백인천 감독(2002-2003, 연속 꼴찌)이라는 원조가 있었다. 당시 백 감독은 LG 트윈스를 1990년 정상으로 이끈 경험이 있고 삼성에서도 나름 성공적인 경력을 보내며 명장으로 꼽히던 인물이었다. 하지만 정작 롯데에서는 구단과의 갈등 끝에 각종 기행 논란으로 최악의 성적을 경신하며 불명예 퇴진하는 흑역사를 남겼다. 이로 인하여 백 감독은 롯데 팬들 사이에서는 지금까지도 '백골프'라는 오명으로 불리우며 볼드모트 수준의 금기어로 불린다.
한편으로 이는 명장들이 왕조 시절에 올린 성과가 단지 감독 개인의 능력만이 아니라, 선수층과 프런트 등 구조적인 시스템의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진실이 부각되는 계기가 됐다. 현대야구에서 '명장 전능론'의 비중과 허구성이 재조명받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김태형 감독은 야구인생 내내 두산맨이었고 카리스마 넘치는 강성 감독의 이미지가 강하다. 김 감독이 롯데에서도 두산 시절만큼의 선수장악력과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초반부터 프런트-고참 선수들과의 관계 설정이 매우 중요하다. 팀 전력에 비하여 야구열정과 성적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롯데 팬들이 김태형식 야구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주목된다.
감독 한 명이 바뀌었다고 해서 팀 전체가 완전히 달라진 것은 아니다. 과연 '롯태형이 제2의 삼응용이 될 수 있을까'라고 묻는다면, 그 답은 먼저 롯데 구단이 얼마나 변할 것인지, 프런트가 김 감독을 얼마나 뒷받침해줄 것인지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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