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000경기 출장 기록을 달성한 박경수
KT위즈
- 지난 8월 2일 개인 통산 2000경기 출장과 900사사구(778볼넷+122HBP)를 동시에 기록했습니다. 2000경기 출장을 당일에 알고 있었나요? 더불어 당시 심정은 어땠을까요?
"음… 2000경기는 올 시즌 시작할 때부터 가능성이 있었기에, 꼭 달성하고자 했던 마지막 개인기록이자 목표였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900사사구는 몰랐고요. 마치 보너스를 받은 기분이라고나 할까요(웃음). 마찬가지로 뜻깊은 기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프로선수 생활을 하면서 경험을 많이 쌓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2015년 KT로 이적 후 시즌 22홈런을 때리는 등 타자로서 잠재력을 터뜨리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일까요?
"지금와서 돌아보면 사실 저도 신기합니다. 팀을 옮기면서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이를 악물었는데 기대 이상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개인적인 타격 매커니즘을 정립해서 나만의 것을 확실히 하자고 했던 것이 가장 큰 변화라면 변화였어요. 그저 그런 선수로 남기 싫었는데... 이적하면서 그런 마음이 더 강하게 들었습니다. 달라진 환경과 더불어 간절함이 통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 KT로 팀을 옮기면서 본격적으로 몸을 키웠다고 들었는데, 의도적으로 장타력 향상을 목표로 한 것인가요?
"맞아요. 리그 2루수 중에서 다른 선수들과 차별된 저만의 강점을 만들어내 인정받고 싶었습니다. 당시 다른 팀 2루수들 가운데는 3할을 꾸준히 칠 수 있거나 도루 능력이 좋은 선수들이 많았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봤죠. 정말 집중하고 운까지 따라주면 3할을 못 칠 것도 없지만 저의 영역은 아닌 듯싶었어요. 저는 교타자가 아닙니다. 한두 시즌은 몰라도 꾸준한 3할? 지금도 그림이 그려지지 않네요. 도루같은 경우 할 수는 있지만 막 몰아서 하기는 어렵고요. 저만의 경쟁력을 고민해보니 답은 장타력이었습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제 야구 스타일이 그랬기에 그 점을 강화하고자 몸도 키웠고 결과적으로 잘한 선택이 됐죠."
- 역대 2루수 레전드 계보에 들어갈 만한 선수다는 평가도 적지않습니다.
"아! 그건 아닌 듯싶어요. 겸손한 게 아닙니다. 정말 레전드까지는 아닌 것 같아요. 장타력과 홈런을 보여주기는 했어요. 하지만 리그 전체적으로 보면 어떤 선수들은 그 기록을 3, 4년 만에 해내기도 하죠. 그런 선수들이 꾸준하게 커리어를 쌓아가고 레전드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레전드로 봐주시는 것은 감사하지만 냉정하게 현실을 봐야죠. 아니다는 것을 제 스스로가 너무 잘 알기에 큰 의미를 두지 않으려고 합니다.
- 프로 18년 차인 2020년 11월 9일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 선발 출장하여 프로 18년 차 만에 첫 가을야구를 경험했습니다.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은데 그때 심정은 어땠나요?
"돌이켜보면 플레이오프 첫 경기 때보다 플레이오프 직행 결정이 됐을 때가 더 기억에 남습니다. 대전 원정경기였어요. 지고 있었지만 승패와 상관없이 2위가 결정됐죠. 순간 드디어 플레이오프에 나갈 수 있겠다는 기쁨에 눈물을 펑펑 흘렸습니다.
가을야구에 한 번도 나가지 못했던 사람으로서 해당 계절의 축제를 꼭 느껴보고 싶었거든요. 재미있게 해보자고 생각해 첫 경기에서 긴장도 안했습니다. 아쉽게 탈락했지만 좋은 경험을 했고 얻는 것 또한 많았던 경기입니다. 그로인해 또 다른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됐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