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나> 스틸컷
넷플릭스
먼저 이국적인 배경으로 시각적인 매력을 준다. 한국영화계에는 꽤나 걸출한 여성 복수극 영화가 즐비하다. 스토리의 흥미 측면에서는 <오로라 공주>, 시각적인 강렬함은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캐릭터의 강렬함은 <친절한 금자씨> 등 쟁쟁한 작품들이 있다. <발레리나>가 택한 자신만의 무기는 <킬 빌>처럼 시각적인 강렬함이다. 이를 위해 완전해 판을 새롭게 짠다.
서양식 식당과 저택, 서부극을 연상시키는 황무지 등을 통해 할리우드 영화를 연상시키는 비주얼을 완성했다. 특히 옥주에게 당한 최프로가 복수를 다짐하며 등장하는 장면에서 김지훈의 장발머리 스타일은 조커를 연상시킨다. 여기에 옥주가 민희를 기억하는 과거회상 장면은 웨스 앤더슨 영화를 보는 듯한 형형색색의 미장센을 통해 거친 현실과 상반된 아름다웠던 시간을 보여준다.
다음은 클리셰 비틀기다. 옥주와 최프로의 대결이 하이라이트로 펼쳐질 것이란 예상을 뒤엎고 초중반에 배치한 순간부터 기존 복수극 장르가 지니고 있던 클리셰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악행과 복수라는 기본적인 골격만 두고 그 안에 세부적인 전개에 차별점을 둔다. 특히 클라이맥스 장면의 경우 최종보스와 격렬한 대결이라는 기존의 공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맛을 선사한다.
마지막은 시의성을 지닌 주제의식이다. '발레리나'라는 제목은 강압과 자유의 의미를 동시에 담아낸다. 최프로는 디지털 성범죄를 저지르며 민희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는다. 발레리나에게는 엄청난 신체관리가 필수다. 이 신체에 대한 억압이 타인에 의해 이뤄지면서 민희는 누군가 내 몸을 볼 수 있다는 공포에 시달린다. 민희의 춤사위는 옥주의 총질과 함께 이 억압에 대한 해방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