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달라질 것 같지 않은 현실 세계의 직장생활에 질리고 지쳤다. 무기력하게 누워있던 주말, OTT가 부지불식간에 눈과 마음에 들어와 앉아 버렸다. 직장생활 전문가로서, OTT 속 직장생활 노하우를 현실에 담아본다.[편집자말] |
처한 환경에 따라 생각이 달라진다. 영화 <엘리멘탈>을 보던 누나는 대번 "이거 이민자 얘기인가 보네?"라고 말했다. 나는 물과 불을 보며 사회생활과 직장인들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 입사 초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낯선 곳에서 상극인 사람들과 지지고 볶으며 살고 있기에 당연한 반응 아니었을까 싶다.
직장에서 물과 불같은 상대를 만나는 일은 어렵지 않다.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무지갯빛 인간들에게 시달렸다. 변함없이 치가 떨리는 갑의 관계에 있는 이, 화살 같은 말을 수시로 내뱉는 선배, 성격이 불 같은 선배 때문에 심장 벌렁거리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하지만 인간은 역시 적응의 동물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노하우를 습득했다. 불편 유발자들을 적당히 피하고 기억을 선택적으로 삭제하면서 마음의 평온을 찾으려 애썼다. 버티기 위해 조금씩 터득한 기술이자 발버둥이다. 잘 견뎌왔다고 생각했는데 한계에 다다랐다. 피할 수 없는 순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엄청난 시간이 흘러 관리자가 되었다. 인간관계에서 가장 큰 난관에 봉착한 게 아닐까 싶을 지경이다. 마음에 안 든다고, 힘들다고 팀원들을 무작정 피할 수 없는 노릇이다. 직무 유기이자 무관심, 무기력, 무능하다는 타이틀은 달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노력하고 부딪힐수록 피로와 스트레스는 겹겹이 쌓였다. 특히 요즘 세대와 더불어 살기 위해서는 극도의 감정조절이 필요하다는 것을 하루하루 배우고 있다. 지칠 때마다 조금씩 마음에 벽이 생기는 것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개인 성격에 모두가 맞출 수 없다. 모두의 성격에 개인이 무조건 따를 수도 없다. 그렇다고 개개인을 뭉뚱그려 한 사람 대하듯 할 수도 없다. 군대에서도 크게 실감하지 못했던 각개전투라는 용어를 직장이라는 전쟁터에서 깨닫는 중이다. 월급 아주 조금 더 받는 상사의 무게가 아닐까 싶다.
성급한 판단이 짓는 감정의 지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