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집> 포스터

<거미집> 포스터 ⓒ 바른손이앤에이

 
칸영화제 남우주연상, 대한민국 3대 영화제 남우주연상 올킬, 보관문화훈장 수여, 누적 관객 수 1억 명 돌파, <뉴욕타임스> 선정 21세기 가장 위대한 배우 25인 등등 송강호는 명실상부 자타공인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라 할 수 있다. 봉준호, 박찬욱, 이창동 등 세계에서 인정받는 대한민국 거장과 모두 함께 한 송강호와 가장 좋은 호흡을 선보인 감독을 뽑으라면 김지운을 들 수 있다.
 
한국 블랙코미디 장르에서 지금도 회자되는 <조용한 가족>, 송강호가 가장 애착을 가진 작품으로 뽑은 <반칙왕>, 김치 웨스턴이라는 장르를 창조해낸 <놈놈놈>, 할리우드가 제작·투자한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 <밀정>까지 호흡을 맞출 때마다 성공역사를 이어온 배우 송강호-감독 김지운이다. <거미집>은 이 두 사람이 다섯 번째로 호흡을 맞춘 영화로 올 추석 기대작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작품은 검열과 통제로 인해 한국영화의 암흑기로 불리는 1970년대를 배경으로 했다. 이 암울한 시대의 주인공은 김 감독이다. 제목처럼 영화는 영화 안의 영화라는 두 개의 거미집을 지어 관객들의 시선을 붙잡는다. 첫 번째 거미집의 감독이 김 감독, 김지운이라면 두 번째 감독은 송강호가 연기하는 또 다른 김 감독이다. 이 구성은 김지운이 자신의 페르소나인 송강호에게 완전히 본인을 투영한 듯한 감정을 느끼게 만든다.
 
 <거미집> 스틸컷

<거미집> 스틸컷 ⓒ 바른손이앤에이

 
김 감독은 데뷔작에서 잠깐 반짝였을 뿐, 시대의 검열에 맞춰 통속극을 찍는 그저 그런 감독이다. 신작 <거미집> 촬영을 끝낸 그는 갑작스런 강박에 시달린다. 머릿속에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며 결말을 바꾸면 걸작이 탄생할 것이란 생각에 사로잡힌다. 이 강박과도 같은 집착에 빠진 김 감독은 영화사 대표 몰래 배우와 스태프들을 모아 이틀에 걸쳐 재촬영을 시작한다.
 
이 재촬영 과정은 <브로드웨이를 쏴라>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등 집단이 참여하는 예술이 완성되어 가는 과정을 담은 소동극을 연상시킨다. 영화에 미친 김 감독, 그의 열혈한 추종자 신미도, 사랑이 너무 많은 톱스타 강호세, 떠오르는 스타 한유림 등 개성 강한 캐릭터들 사이의 티키타카 구강액션을 통해 재미를 뽑아낸다. 그 핵심은 김지운 감독의 유머감각을 가장 맛깔나게 표현해내는 김 감독, 송강호다.
 
이 개성 강한 7명 캐릭터의 진면목을 모두 보여주기 위해 선택한 무대는 앞서 언급한 두 개의 거미집이다. 거미집을 제작하는 과정을 담은 김지운의 '거미집'은 컬러, 이 제작된 김 감독의 영화 '거미집'은 흑백으로 담아내며 캐릭터가 활약할 수 있는 공간을 분리한다. 컬러에서는 개성이 강하지 않았던 베테랑 배우 이민자와 노장 배우 오 여사 캐릭터는 흑백에서 대립하는 며느리와 시어머니 관계로 막장 통속극 캐릭터의 매력을 선보인다.
 
 <거미집> 스틸컷

<거미집> 스틸컷 ⓒ 바른손이앤에이

 
블랙코미디가 가미된 김지운표 유머가 재미를 주는 코드라면 감정을 자극하는 건 우리가 영화를 사랑하는 이유다. 우여곡절이 반복되는 현장 속에서 촬영은 매번 불안이 수반된다. 김 감독의 '거미집'은 바뀐 시나리오와 스케줄에 쫓기는 배우들, 여기에 검열 문제까지 겹치며 더 큰 우여곡절이 반복된다. 그럼에도 촬영을 멈출 수 없는 건 그 완성된 장면이 담아낸 경이로운 순간 때문이다. 이 감탄이 흑백과 컬러를 한 필름에 담은 이유다.
 
이 지점까지 관객을 이끌고자 김지운 감독은 스튜디오 안에 인물들을 가둔다. 이 안에서 캐릭터들은 빠져나올 수 없는 욕망의 거미집을 완성한다. 불로 대표되는 열정, 계단이 상징하는 상승에 대한 열망 등 장치를 통해 클라이맥스로 치닫는 감정을 극렬하게 보여주고자 한다. 김 감독과 배우들의 심리적 압박과 컬러와 흑백 두 영화가 함께 이 클라이맥스를 향하며 시각·플롯·감정을 극한의 몰입까지 끌어올린다.
 
<거미집>은 데이미언 셔젤의 <바빌론>, 나카타 히데오의 <라스트 씬>, 코엔 형제의 <헤일, 시저!> 등 영화제작 또는 촬영의 현실을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이 영화들의 공통점은 우리가 바라보는 스크린 이면에는 마냥 밝지만은 않은 소동극이 끊임없이 벌어진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영화라는 불안이 영혼을 잠식해 버린 이들이 있기에 우리가 사랑하는 영화가 탄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어쩌면 모든 감독들의 자전적일 수 있는 이야기를 담아낸 두 김 감독의 연출에 박수를 치게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키노라이츠 매거진과 김준모 기자의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거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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