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947 보스톤>을 연출한 강제규 감독.
롯데엔터테인먼트
기획에서 개봉까지 약 5년 여가 걸렸다. 1947년, 그러니까 해방 직후 처음 참가한 국제 마라톤 대회에서 대한민국 선수가 1위를 한 역사적 사건을 다룬 영화 < 1947 보스톤 >이 관객과 만나기까지도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왜 하필 이 시기가 됐을까. 코로나19 및 출연 배우 이슈 등 여러 사건이 있었지만, 일제강점기의 설움을 딛고 마라톤으로 한국을 알린 이야기가 여전히 유요함은 분명한 사실일 것이다. 14일 오후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강제규 감독에게 영화화 과정 전반을 들을 수 있었다.
'국뽕'이 아닌 이유
애국주의를 강조하거나 국가를 내세워 감동을 전하는 콘텐츠를 '국뽕'이라 표현하는 한 흐름이 있다. 국가주의에 취했다는 뜻의 은어인 이 단어가 < 1947 보스톤 >을 두고도 흘러나오고 있다.
강제규 감독은 이를 전면 부정하진 않았다. 다만, 단어의 올바른 쓰임새는 짚을 필요가 있었다. 애국, 국수주의를 위해 없던 사실을 꾸미거나 일부 사실 왜곡도 서슴지 않는 데에 '국뽕'이라는 단어가 사용돼 온 걸 볼 때, 오히려 있는 사실 그대로를 전하려 한 이 영화 입장에선 다소 억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제규 감독은 오히려 감정을 덜어내고, 고증에 힘쓴 사실을 강조했다.
"그런 표현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분명 생각이 경도된 측면은 있다고 본다. 어떤 목적을 위해 사실을 과장하고 왜곡하는 게 일종의 나쁜 신파이자 국뽕이라고 생각하는데 우린 오히려 그걸 최소화하려 노력했다. 이미 손기정, 서윤복, 남승룡 세 마라토너가 만든 역사 자체가 드라마틱해서 뭘 더 얹을 필요가 없었다. 절대 감동을 강요하지 말자는 게 우선순위였다."
평소 한강공원 등에서 달리기를 즐겨한다는 강제규 감독은 마라톤이라는 종목 자체에 이미 매료돼 있었다. 대학교 학부생 시절 <불의 전차>를 보고 원초적 미학을 느꼈다던 강 감독은 "어떻게 달리기를 표현하느냐에 따라 보는 사람을 압도할 수 있음을 알고 있었다"며 "여기에 우리 마라톤 역사 거목 같은 분들의 실화가 더해지는 게 신선하게 다가왔다"고 연출 의뢰를 수락한 이유를 밝혔다. 2018년 제작사 측에게 연출 제안을 받은 강 감독은 여러 자료를 뒤지고, 유족을 만나며 수차례 각색 과정을 거쳤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