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책 종이 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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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종이 가위>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제작사 분복 작품이다. 아버지가 북 디자이너였던 '히로세 나나코' 감독의 섬세한 시선을 따라간다. 일본 출판계 존경받는 장인 '기쿠치 노부요시'의 책 만드는 자세와 예술을 깊게 들여다본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작품에 참여했던 히로세 나나코는 인간 탐구의 정신이 스승의 시선과 닮아 있었다. 어쩌면 이 영화를 통해 포스트 고레에다 히로카즈를 발견하는 계가기 될지도 모르겠다.
30년 동안 북 디자이너로 살며 1만 5천여 권의 책 표지를 디자인한 살아 있는 전설의 특별한 작업 방식을 전한다. 전반적인 구성도 책의 목차처럼 되어 있다. 책을 읽어가는 구성이다. 1장 진열하다, 2장 자로재다, 3장 연결하다, 4장 찾다, 5장 묶다, 6장 만지다, 7장 놓아주다. 총 7개의 소제목은 북 디자인의 근본이자 영화의 정체성이 되어간다. 책 만드는 한 권의 책을 읽는 것 같은 영화다.
오프닝부터 심상치 않다. 인쇄된 종이를 구겼다가 펴면서 주름을 만들어 내는 모습이 아이의 놀이 같다. 오로지 수작업이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쓰는 시대에 마지막 남은 낭만이라고 해도 좋겠다. 재고 쓰고 오리고 붙여 만든 디자인을 어시스턴트의 힘을 빌려 디지털화한다. 맨손으로 종이 질감을 확인하고 일일이 폰트를 비교해 가며 종이, 가위 만으로 완성한다. 좁고 한정된 공간에서 상상을 펼치는 창의성이 노장의 손끝에서 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