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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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아이 증후군'이라는 용어가 있다. 다른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칭찬받기 위해 본인을 희생하는 행동 양상을 의미한다. 착한 아이 증후군이 있는 사람들은 남들을 기쁘게 하고 싶어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에 동의하고 갈등을 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착하고 배려심 있는 사람으로 여겨지지만, 자신의 욕구를 필요 이상으로 희생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8일 방송된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에는 5살 아들을 양육 중인 엄마가 사연을 신청했다. 현재 사정상 남편과 떨어져서 지내고 있다는 그는 어떤 고민을 갖고 있을까. 관찰 영상 속의 금쪽이는 잠에서 깨자 엄마에게 안아달라고 보챘다. 통원 준비를 위해 환복 중, 티셔츠가 뒤통수에 걸리자 칭얼댔다. 충분히 혼자 할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아기처럼 어리광을 부렸다. 

아침을 먹을 때도 그릇을 바꿔달라고 짜증을 부렸는데, 그런 후에 엄마의 배를 만졌다. 이유를 물어도 "모르겠어"라고 대답했다. 엄마가 원하는 대로 다 해줬는데 어째서 짜증을 멈추지 않는 걸까. 신생아가 유는 이유는 말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신생아의 울음은 언어와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언어가 충분히 발달한 만 5세 금쪽이는 왜 울음으로 엄마와 소통하려 하는 걸까.

그렇다면 밖에서는 어떨까. 엄마와 마트에 간 금쪽이는 직접 카트를 끌며 장 보기에 여념이 없었다. 잠깐씩 엄마의 배를 만지기는 했으나 세상 의젓한 모습이었다. 장난감을 사겠다고 떼를 쓰지도 않고, 엄마의 지시에 순응했다. 그 장면을 보고 놀란 오은영 박사는 금쪽이가 유치원에서는 손 갈 게 없는 아이란 말을 들을 거라고 예상했다. 엄마는 실제로 완전 모범생 스타일이라고 대답했다. 

"엄마한테 주는 메시지는 하나인 거 같아요. '엄마 내가 할 줄은 아는데, 내가 말하기 전에 먼저 알아차려서 해줘.'" (오은영)

집으로 돌아온 후의 금쪽이는 180도 달라졌다. 코가 막혔다며 불편함을 호소하더니 짜증을 내고 눈물을 흘렸다. 엄마는 감기약을 가져와 먹이려 했는데 금쪽이는 복용을 거부했다. 낮과 완전히 달라진 금쪽이 때문에 엄마는 피곤해졌다. 금쪽이는 눈물을 닦아달라고 요구했다. 잠시 후, 엄마는 손수건을 꺼내서 눈물과 코를 닦아주었고, 그제사야 금쪽이는 자리에 누워 잠을 청했다. 

'다정한 아이' 금쪽이, 엄마와는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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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영은 금쪽이가 '다정한 아이'라고 운을 띄웠다. 금쪽이가 감정 표현이 풍부하고 감정을 주고 받을 때 행복한 유형이라면, 엄마는 문제 해결형이었다. MBTI로 치면, 전자가 극강의 F라면, 후자는 극강의 T인 셈이다. 금쪽이고 약을 먹어야 해결된다는 걸 알지만, 그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허기를 느꼈으리라. 가령, 걱정하며 살펴보고 공감해 주길 바랐던 것이다. 

약을 먹으라는 엄마의 대응은 금쪽이의 마음을 채우지 못했다. 또,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아줬지만, 금쪽이가 원한 건 엄마의 부드러운 손길이었으리라. 금쪽이가 엄마 배를 만지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할 문제였다. 오은영은 다른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면 어디서나, 누구와 있을 때나 늘 울었을 텐데, 오직 엄마 앞에서만 그렇다는 점에서 모자 관계에 답이 있다고 판단했다. 

금쪽이는 7시 30분에 유치원 등원을 했다. 엄마의 직장이 1시간 거리라 불가피하게 또래보다 1시간 가량 일찍 등원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보니 모자가 떨어져 있는 시간이 꽤 길었다. 다행히 할머니가 근처에 거주해 금쪽이를 돌봐주고 있었다. 금쪽이는 엄마의 사정을 이해하고, 보채거나 힘들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엄마를 배려하는 모습에 오은영과 신애라, 장영란은 감동스러워 했다.

하원 후 할머니 댁으로 온 금쪽이는 심심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럼에도 오직 엄마를 편하고 기쁘게 해주려는 마음으로 가득했다. 엄마가 업무 중이라 통화하기 어렵다며 끝나면 연락하겠다고 해도 서운한 티를 내지 않으려 애썼다. 오은영은 금쪽이가 '사회적 민감성'이 높은 아이라고 분석했다. 즉, 타인과 관계를 이루기 위해 사회적 보상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뜻이다. 

금쪽이에게 세심한 보살핌이 필요한 이유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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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민감성이 높은 사람의 특징은 어떤 공간에 들어가도 분위기 파악이 빠르다는 것이다. 다만, 지나치게 민감할 경우 주변의 시선을 기준으로 삼고, 타인에게 의지하게 된다. 비슷한 유형을 만나면 더할나위 없지만, 그렇지 않으면 상대에게 쏟은 감정이 돌아오지 않았다는 생각에 좌절감을 느끼기도 한다. 거절당했다고 여기는 것이다. 오은영은 좀더 세심한 보살핌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금쪽이는 방문 미술 수업을 받다가도 엄마에게 자랑하기 바빴다. 오로지 엄마로 가득찬 금쪽이의 마음을 여실히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엄마의 행복이 곧 자신의 행복인 아이였다. 오은영은 금쪽이가 '착한 아이 증후군'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과도한 순종은 독이 된다며, 아이에게 '착하다'는 칭찬을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착한 아이가 되기 위해 '나'를 억누르는 아이가 되기 떄문이다. 

한편, 금쪽이 아빠의 사정도 언급됐다. 그는 현재 조울증으로 4주째 입원 중인 상태였다. 할머니와 엄마의 대화가 격앙되자, 이를 눈치챈 금쪽이는 곧바로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리고 엄마 옆에 붙어 방해하기 시작했다. 오은영은 올해 들어 더욱 심해진 금쪽이의 울음과 아빠의 입원이 관련있을 것이라 짐작했다. 풍부한 감정 교류가 필요한 금쪽이에게 아빠와의 소통이 비어 있는 상태였다. 

엄마는 수시로 변하는 금쪽이의 감정 기복이 '조울증' 유전이 아닐까 우려했다. 실제로 금쪽이는 울다가 웃는 등 감정이 돌변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물론 조울증은 유전될 확률이 높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오은영은 한 가지 감정이 2주 이상 지속되는 조울증은 단순한 기분의 변동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금쪽이의 감정 기복은 무엇 떄문일까. 오은영은 '자기 유능감' 때문이라 설명했다. 또, 좌절에 대한 감내력도 부족했다. 

"어떤 아들이 되고 싶어?"
"안 우는 아들. 내일부터는 안 울고 참아 볼 거야. 엄마를 위해서."


착한 아이 증후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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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영의 금쪽 처방은 '눈물 뚝! 꿀이 뚝뚝' 솔루션이었다. 정서적 상호 작용이 중요한 금쪽이가 풍부한 정서를 느낄 수 있도록 마음을 나누는 상호 작용이 필요했다. 물론 엄마는 누구보다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사랑을 표현해 전달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은 필요해 보였다. 또, 아빠의 부재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금쪽이를 위해 나이에 맞는 눈높이 설명을 해줄 필요도 있었다.  

엄마는 '울음 관찰 일기'를 작성해 금쪽이의 우을음 관찰하고 이유를 찾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또, 자전거 타기를 통해 좌절 감내력을 기르는 훈련도 진행했다. 넘어지고 또 넘어지는 금쪽이는 인내심이 바닥나 울음을 터뜨렸지만, 엄마는 금쪽이가 혼자 해낼 수 있게 기다려줬다. 한참을 울다가 자전거 타기에 다시 도전한 금쪽이는 결국 좌절을 극복해 냈고 자신감이 붙은 모습을 보여줬다. 

또, 울음 대신 말로 감정을 바르게 표현하는 연습도 했고, 구운 달걀에 얼굴을 그려 다양한 감정과 기분을 말하는 과정도 진행했다. 아빠는 전화 통화로 자신이 치료를 받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직접 설명했다. 아빠의 부재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금쪽이는 직접적인 설명을 듣고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금쪽이가 '착한 아이 증후군'에서 벗어나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기를 응원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금쪽같은 내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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