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서울 동작구 아트나인에서 진행된 정지영 감독 데뷔 40주년 기념 회고전 행사 현장.
엣나인필름
'그럼에도 나는 카메라를 멈출 수 없다.'
일흔 중반이 넘은 나이에 활발하게 현역으로 활동 중인 정지영 감독은 가히 한국영화에서 상징적 인물이다. 올해로 데뷔 40주년, 지금까지 총 14편의 영화를 연출해 온 그의 회고전이 열린다. 6일 서울 동작구 아트나인엔 이를 축하하고 기념하기 위해 여러 분야의 영화인들이 모처럼 한 자리에 모였다.
서른일곱이던 1983년 <안개는 여자처럼 속삭인다>로 데뷔한 정지영 감독은 <남부군> <하얀전쟁>을 비롯해, <부러진 화살> <남영동 1985> 등 한국 근현대사에 얽힌 문제적 작품을 발표해왔다. 최근엔 <블랙머니>로 금융 감독 주체들에 얽힌 비리를 꼬집었으며,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소년들>을 발표하며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본격적인 행사에 마이크를 든 영화인들은 그를 하나의 영화 운동가이자 영화계 대선배라고 기억했다. 스크린쿼터 폐지에 맞선 반대 운동, 대기업의 영화 산업 독과점과 수직 계열화 문제 등에 꾸준히 목소리를 내온 그이기 때문이다. 1988년 미국 배급사 UPI 영화 <위험한 정사>가 상영되던 극장에 뱀을 푼 장본인으로도 알려져 있다. 당시 한국영화산업 기반이 탄탄하지 못한 탓에 해외 직배사가 들어와 산업을 잠식할 우려가 컸기 때문이었다.
김동호 전 강릉국제영화제 이사장은 "한국영화가 굉장히 어려웠던 시절 스크린 사수 운동에 앞장서기도 했고, 지금은 부천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으로 영화제를 탁월하게 말썽 없이 이끌고 있다"며 "데뷔 60주년이 오기까지 더 좋은 영화를 많이 만들어 한국영화사에 획을 그어주길 바란다"는 덕담을 전했다.
한국 1세대 프로듀서로 꼽히는 황기성 대표는 "60년간 영화계에 있으면서 자부심을 느끼는 일이 두 가진데 하나는 검열 제도를 철폐시키고 영화인들이 단합해 표현의 자유를 얻어낸 일과 스크린 쿼터 사수였다"며 "정지영 감독은 그런 큰일이 있을 때마다 항상 중심에 섰던 사람이다. 예전에 <부러진 화살>를 보고 너무 영화가 좋아서 그의 팬이 되기로 했다"는 개인 감회를 밝혔다.
방은진 전 평창국제평화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정지영 감독의 초기작 <남부군> 일화를 언급했다. "2회 행사 때 영상자료원과 협업해서 <남부군> 리마스터링을 상영하게 됐는데 극장 시설이 너무 낡아 마지막 20분 분량이 끊기게 됐다"며 "감독님이 그때 구두로 관객들에게 설명하셨다더라. 너무 죄송하다 말씀드렸는데 당신께선 괜찮다며 관객분들이 다 알아들으셨다고 하셨다. 그만큼 영화계의 어른이시고 중심이시다"고 말했다.
정지영 감독의 페르소나, 배우 안성기도 참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