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싱들의 연애가 뜨겁다. 뜨겁다 못해 활활 타오르는 중이다. 매 시즌마다 화제를 낳았던 MBN '돌싱글즈4'는 미국으로 떠났다. 사랑을 찾아 각지에서 온 남녀는 간절한 마음으로 각자의 짝을 찾아나가고 있다. 한편, 'ENA '나는 솔로'도 돌싱 특집을 마련했다. 흥미롭게도 '나는 솔로'는 한 차례 돌싱 특집을 방송했었는데, 당시에도 '돌싱글즈'와 방영 시기가 겹쳤었다. 묘한 경쟁 관계라고 할까.

'돌싱들의 연애(와 사랑)'를 다룬다는 점에서 '돌싱글즈4'와 '나는 솔로' 돌싱 특집은 닮아 있다. 하지만 양상은 너무나 다르다. 후자가 일부 출연자의 뇌피셜로 인한 가짜 뉴스, 와전된 소문으로 인한 갈등으로 점철되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면, 전자의 출연자들은 불필요한 일에 힘을 빼지 않고 '사랑 찾기'라는 본질에 충실하고 있다. 어느 쪽이 실리를 챙길지는 뻔하다.

지나치게 도식화할 필요는 없겠으나, 두 프로그램의 분위기를 결정지은 결정적 차이에 대해 고민해 보는 건 효용이 있을 것 같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생기기 마련인 오해와 갈등 상황에서 양측의 출연자들이 각기 어떻게 대처했는지 살펴보자. 

역대 최악의 빌런 등장
 
 ENA, SBS Plus <나는 솔로> 한 장면.
ENA, SBS Plus <나는 솔로> 한 장면. ENA, SBS Plus
 
'나는 솔로'의 영숙은 모든 문제의 중심에 있다. 그는 역대 최악의 빌런이라는 말까지 듣고 있다. 무엇 때문일까. 영숙은 광수에게 옥순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뇌피셜에 근거한 가짜 뉴스였다. 옥순에게 마음이 있던 광수는 "경각심을 가지"라는 영숙의 말에 혼란을 느꼈다. 굳이 조언이랍시고 남 얘기를 하는 영숙이나 타인의 말만 믿고 당사자에게 직접 확인하지 않은 광수 모두 안타까웠다. 

영숙과 광수의 랜덤 데이트는 대환장의 극치였다. 영숙은 계속해서 옥순에 대한 광수의 마음을 흔들었다. 오해를 증폭시켰다. 옥순을 철석같이 믿고 있던 광수는 속상함에 눈물을 보였고, 영숙은 그런 광수를 "포시랍다"고 놀렸다. '포시랍다'는 '포실하다'의 방언으로 '실속하고 넉넉하다'는 뜻인데, 영숙은 '곱게 자랐다'는 의미로 사용한 듯하다. 두 사람은 그 의미를 설명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광수는 '산전수전'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자신의 힘듦은 영숙이 겪은 것에 비하면 별 것 아니라는 의미였다. 상철의 설명대로 악의가 없었고, 광수가 해명했다시피 관용적인 표현이었다. 영숙은 자신의 상처를 너무 쉽게 말한다며 격분했고, 이후 광수가 '파란만장'이라는 말까지 하며 상황은 돌이킬 수 없게 악화됐다. 영숙은 데이트를 거부하고 숙소로 혼자 복귀했다. 

사건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영숙이 택시를 타고 혼자 귀가했다는 소식을 들은 정숙은 그 사실을 여성 출연자들과 공유했고, 순자가 공유 거실에서 영숙에게 그 얘기를 하니 영숙은 발끈하고 말았다. 게다가 자신의 말을 전한 사람을 옥순으로 오해하는 바람에 큰 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영숙은 기억의 오류 때문에 순자가 옥순의 이름을 말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다음 날 마음을 추스른 광수가 영숙에게 사과를 하며 일단락되는가 했는데, 영호를 둘러싸도 또 다시 갈등이 촉발됐다. 이번에도 원인은 영숙이었다. 영숙은 슈퍼 데이트권의 대상으로 현숙과 호감이 있는 영호를 선택했다. 그리고 현숙에게 관심이 있던 영식을 따로 불러내서 현숙의 마음이 영호에게 향하고 있으니 "경각심을 가지"라고 경고했다. 또 다시 뇌피셜에 근거해 남의 이야기를 전한 것이다. 

뇌피셜에 근거해 가짜 뉴스를 퍼뜨리고, 다른 사람의 말을 전하는 건 영자도 마찬가지였다. 옥순의 마음을 오해해 사람들에게 달리 전하는 바람에 계속 오해가 발생하게 만들었다. 정숙은 여성 출연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솔로나라에 만연한 가짜 뉴스에 대해 한마디했다. 그는 "지금 일어나는 모든 일이 말이 와전됐기 때문"이라 진단하며, "본인이 본인에게 들"으라 경고했다. 

반면, '돌싱글즈'의 출연자들은 비슷한 상황 속에서 훨씬 성숙한 대처를 보였다. 여기도 서로의 마음에 엇갈리고 오해가 생기기는 마찬가지였다. 듀이는 전날까지만 해도 하림이 자신에게 호감이 있다고 전해들었던 터라, 리키-하림 커플의 진척에 당혹감을 느꼈다. 듀이는 하림에게 1:1 대화를 요청해서 상황 설명을 직접 들었다. 오해가 풀렸고, 듀이는 자신의 감정을 정리할 수 있었다.

하림의 대처도 현명했다. 두 사람이 단둘이 대화하는 장면을 목격한 리키가 오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리키를 찾아가 상황을 차근차근 설명했다. 논란이 생길 일말의 가능성조차 없애고 싶었던 모양이다. 오해가 쌓일 때까지 방치하는 '나는 솔로' 출연자들과 비슷한 경험으로 어려움을 겪은 시청자들이 배워야 할 부분이었다. 리키는 하림의 재빠른 조치에 혼란을 느낄 겨를도 없었다. 

비슷한 사례가 또 있었다. 리키에게 관심이 있었던 소라는 하림과 커플 관계로 진척이 된 리키와 1:1 대화를 요청했다. 뒤늦은 감이 있으나 자신의 마음이 제대로 전달이 됐는지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리키는 소라의 마음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소라는 자신의 소극적인 태도를 인정하며 반성했다. 엇갈린 사랑 속에서도 아무런 오해나 갈등도 없었다. 

'나는 솔로'에게 필요한 건
 
 ENA, SBS Plus <나는 솔로> 한 장면.
ENA, SBS Plus <나는 솔로> 한 장면.ENA, SBS Plus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출연자는 연예인이 아니다. 훈련되어 있지 않다. 전쟁과도 같은 극적인 설정 속에 놓인 출연자들은 극한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따라서 짧은 순간의 모습만으로 한 인격체를 판단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당연히 방송의 일부 모습만으로 SNS에 쫓아가 악플을 다는 건 지양해야 할 것이다. 

'나는 솔로'와 '돌싱글즈4' 출연자들을 평가할 의도는 없다. 물론 그들의 모습을 통해 반면교사 삼을 만한 내용은 있다. 남의 말을 옮기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날 것 그대로의 갈등과 오해를 보며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된다. 또, 사람과 사람 사이의 문제에서 1:1로 직접 대화를 하는 게 해결에 얼마나 효과적인지 배운다. 남의 말에 휘둘리지 말자고 다짐한다. 

시청자들은 '나는 솔로' 16기에 폭발적인 반응을 보내고 있다. 시청률도 3.672%(닐슨코리아 유료 플랫폼 기준)로 최고 시청률에 육박하고 있다. 하지만 반응의 대부분은 특정 출연자에 대한 비난 일색이다. 반면, '돌싱글즈4'도 시청률 3.673%를 기록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반응도 출연자에 대한 응원이 주를 이룬다. 논란, 갈등, 싸움 등에 초점을 맞추지 않아도, 사랑이라는 본질에 충실해도 충분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나는 솔로 돌싱글즈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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