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만희 감독 영화 <삼포가는 길> 스틸컷2
한국고전영화
나는 왁자지껄한 장터, 시골정취 물씬 느껴지는 논-밭길, 허름한 대폿집 등의 장면을 군산 지역 시장 및 농어촌 풍경과 비교하며 감상했던 경험이 있다. 황량하면서도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설경과 실험적인 사운드가 인상적이었다. 배우들의 게걸스러운 수다와 현실감 넘치는 액션이 흥미를 더했으며, 향토색 녹아든 대화에서 고향 사투리 걸러듣는 재미도 쏠쏠했다.
'나무가 많은 포구'라는 뜻의 삼포(森浦), 가상의 지명임에도 정겹게 다가왔던 이유는 왜일까. 군산은 서해로 돌출된 반도형 지형으로 예로부터 포구(나포, 서포, 월포, 궁포, 경포, 죽성포, 하제포구 등)가 많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군산 지역은 예로부터 농작물과 어족자원이 풍부했다. 따라서 개항(1899) 전부터 포구는 활기를 띠었고, 장시도 발달하였다.
금강·만경강 수계에 속한 지류(탑천, 미제천, 어은천, 둔덕천, 구암천, 경포천 등) 또한 많았다. 삼포와 유사한 '하포 가는 길'은 그 흔적이 지금도 남아 있으며 하포길은 지역 문인들 작품과 옛 어른들 대화에서도 심심찮게 등장하였다. 군산문화원장을 지낸 이병훈(1925~2009) 선생이 1981년 시집 <下浦(하포) 길>을 출간한 것도 빼놓을 수 없겠다.
군산에는 개항(1899) 전부터 하포라는 지명이 존재하였다. 옛 어른들은 군산시 옥서면 선연리 하제(下梯) 부근을 하포라 하였다. '하제포구'를 줄여 하포라 했던 것으로 보인다. 선연리에는 하제 외에 중제(中梯)와 상제(上梯) 마을도 있었는데 소나무가 무성했던 이곳은 일제강점기 비행훈련장, 광복 후 미공군기지에 포함되면서 민간인은 접근할 수 없게 됐다.
소설 <삼포가는 길> 배경은 전북 부안군 계화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