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의 한 장면.
채널A
"국어보다 더 선행돼서 먼저 해결돼야 하는 근원적인 문제는 언어기능이에요." (금쪽이)
오은영 박사는 글씨는 보고 따라 쓸 수 있지만 단어의 의미를 이해하는 게 더 중요하다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일상에서 어려움이 많을 거라고 우려했다. 귀가한 금쪽이는 엄마, 이모와 그림 맞추기 놀이를 하다가 게임에서 지자 생떼를 부렸다. 거실 펜트리 뒤로 숨어 울다가 반응이 없자 밖으로 나와 막무가내로 게임 테이블을 치워버렸다. 엄마는 속상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엄마는 자책으로 눈물을 흘렸다. 더딘 금쪽이를 위해 노력했던 5년의 시간이 허사인 것만 같았으리라. 병원마다 다른 진단도 혼란을 가중시켰다. ADHD 진단을 받고 현재까지 약물을 복용했지만 차도가 없었고, 몇 달 전에는 이전과는 달리 자폐적 양상이 보인다는 검사 결과를 받아야 했다. 엄마는 인터넷을 통해 자폐 초기 증상에 대해 공부했지만 금쪽이와는 달라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내가 아이를 더 망가트리는 것 같아. 누구 원망도 못하겠어." (금쪽이 엄마)
검도 학원에 간 금쪽이는 맨 앞자리를 선점했다. 하지만 화장실 간 사이 자리를 뺏기자 곧바로 울음을 터뜨렸다. 친구의 양보를 받은 후에야 눈물을 그쳤다. 검을 고를 때도 원하는 색을 고집했다. 다른 색의 검을 주자 줄행랑을 쳤다. 키즈 카페에서도 기차의 앞자리를 차지하려고 생떼를 쳤다. 그 외에도 장난감 정리 방식에도 집착했다. 자신의 기준에 어긋나면 받아들이지 못했다.
과연 금쪽이는 자폐 스펙트럼일까. 오은영은 엄마가 금쪽이의 증세를 파악하기 혼란스러웠던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우선, 개념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과거에는 '자폐증'을 별도로 진단했고, 유아 자폐증, 발달 장애, 아스퍼거 증후군 등의 용어를 혼용해서 사용해 왔다. 하지만 의학의 발전과 데이터 축적을 통해 위의 케이스들의 선천적인 공통점을 발견하게 됐다.
그 공통점은 기본적인 상호 작용과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2013년부터는 훨씬 넓은 개념인 '자폐 스펙트럼'이라는 개념을 사용하게 됐다. 결국 핵심 증상은 사회적 상호 작용의 어려움인데, 자폐 스펙트럼 아동 중에는 금쪽이처럼 눈 맞춤이 가능하거나 호명에 반응하는 케이스도 있다. 금쪽이 엄마가 헷갈렸던 건 바로 이 때문이다.
자폐적 핵심 양상 : R. R. F
Repetitive : 의미 없는 행동이나 소리를 반복
Ritual : 의식 절차. 순서대로 진행되어야 만족
Fixation : 색이나 자리 등 특정한 것에 대한 집착
금쪽이는 책상 위에 둔 물건이 없어졌다는 사실을 알고 울음을 터뜨렸다. 심부름을 간 사이 엄마가 정리를 했던 게 화근이었다. 금쪽이는 다시 자신의 방식대로 장난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물건 배치가 이전과 오차 없이 동일했다. 또, 관찰 내내 의문의 행동을 반복했고, 알 수 없는 소리를 냈다. 특유이 손동작을 취하기도 했다. 오은영은 종합 분석 결과 자폐 스펙트럼 의견을 밝혔다.
부모처럼 동생 돌봐야 했던 초등학생 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