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녀의 취미생활> 스틸컷㈜트리플픽쳐스
<그녀의 취미생활>은 서미애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피부색, 스타일, 성격도 반대인 두 여성이 시골에서 만나 동질감을 느끼며 연대감을 키워가는 이야기다. 귀농, 농촌이란 단어를 떠올렸을 때 <리틀 포레스트> 같은 자연의 아름다움, 잔잔한 소확행이 이 영화에는 없다. 폐쇄적인 마을에서 풍기는 숨 막히는 공기와 이질적인 두 젊은 여성, 워맨스가 폭발하다 못해 눅진하게 서려버린 몽환적인 분위기가 주를 이룬다. 시골하면 떠오르는 편견을 전복한 의도가 눈에 띈다.
정서, 육체적 학대를 당하고 있던 정인에게 구원자 혜정은 당하고만 있지 말고 반격하라며 부추긴다. 그로 인한 뒷수습은 생각하지 않은 채 일단 저지르라 말한다. 마치 내면의 어둡고 잔인한 자아가 고개를 드는 것 같다. 착하디착해 보이기만 했던 정인의 비릿한 욕망이 폭주하기 시작한다. 무례한 박하마을 사람들의 태도에 정인은 각성하기에 이른다.
박하마을에 어울리지 않는 두 사람이 탐색전을 벌이는 전반부의 스릴이 좋았다. 후반부에는 두 여성이 하얀 원피스를 맞춰 입고 쌍둥이처럼 행동한다. 장총을 들고 다니며 동일 인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점차 두 여성의 연대는 당위성을 키우지만 설득하는 데 쉽지만은 않다. 이미지만 난발하고 여성의 피해와 복수를 전시한다. 이러한 장르적 답습으로 캐릭터의 내밀한 마음은 스테레오타입으로 머무른다.
저들이 왜 저래야 하는지 당위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캐릭터와 상황에 몰입하기가 쉽지 않다는 말이다. 가부장적 사회에서 만연한 성폭력과 무관심, 돈을 좇는 욕망, 사생활 침해 등을 내세우지만 여러 주제 의식을 던지는 선에서 그쳐버린다.
여성 서사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유발하고 싶었던 것 같지만, 메타포만 한가득 보여주다가 끝난다. <델마와 루이스>의 여성 연대와 <김복남 살인사건>의 잔혹 복수극 <이끼>의 한적한 시골 마을의 비밀, 한낮의 잔혹극은 <미드소마>가 떠오른다. 정인을 연기한 정이서와 혜정은 연기한 김혜나 배우의 연기를 각자 탁월하나, 뭉치지 못하고 겉돌면서 아쉬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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