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치악산> 포스터
와이드 릴리즈㈜
치악산이 왜?
난리다. 원주에 위치한 국립공원 치악산이 돌연 이슈의 한가운데에 섰다. 9월 13일 개봉을 앞둔 영화 <치악산>의 김선웅 감독이 산에 토막 시신이 널브러져 있는 포스터를 SNS에 게재한 게 발단이었다. 이에 원주시는 제목 변경을 요구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치악산>은 산악바이크 동아리 '산가자' 멤버들이 치악산에 방문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호러 영화다. 1980년 치악산에서 여러 토막 시체가 발견됐고, 비밀 수사가 진행됐다는 괴담을 영화화했다. 원주 경찰서에 따르면 해당 내용은 모두 허구다.
원주시는 이미지 훼손을 문제 삼았다. 치악산 한우, 복숭아·배·사과, 둘레길 등 치악산을 활용한 지역 고유 상품과 관광지 이미지에 타격이 있을 거라 우려하고 있다. 이에 원주시는 영화 제목을 바꾸고, 작중 치악산 단어를 모두 삭제해 달라고 요구했다.
제작사 도호 엔터테인먼트는 요구를 거절했다. 대신 치악산과 무관한 허구사건임을 명시하고 주민 초청 시사회 등을 열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원주시는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과 상영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유·무형의 피해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사실 <치악산> 이슈는 낯설지 않다. 실제 지명을 제목으로 활용하는 여러 영상 콘텐츠에서 비슷한 논란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 과거 사례를 통해 <치악산> 이슈와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살펴보자. 논란의 결말도.
괴담이 다 같은 괴담이 아니야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례는 당연히 2018년에 개봉한 <곤지암>이다. <곤지암>은 미국 CNN이 '세계 7대 소름 돋는 곳'으로 선정한 곤지암 남양정신병원을 모티브로 삼은 공포 영화다. 개봉 당시 모두의 예상을 깨고 267만 명의 관객을 모으는 흥행력을 보여줬다.
<치악산>과 <곤지암>은 유사점이 많다. 두 영화 모두 실제 장소와 괴담을 차용했다. 공포 영화라는 장르적 공통점도 빼놓을 수 없다. 개봉 전에 법적 공방으로 이어지는 흐름도 같다. 정신병원 건물 및 부지 소유주는 원주시처럼 법원에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반면에 <곤지암> 제작사는 "허구를 바탕으로 한 창작물임을 지속적으로 밝혀왔다"는 입장이었다.
당시 법원은 <곤지암> 측의 손을 들어주며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였다. ① 영화가 소유주 개인에 대한 내용이 아니기에 소유주의 명예를 훼손한다고 볼 수 없다. ② 영화 내용은 명백히 허구이며, 따라서 정신병원에 대한 허위 사실이 아니다. ③ 애초에 곤지암 괴담 자체가 영화 제작 전부터 널리 퍼져 있었다.
이처럼 '창작의 자유'를 광범위하게 인정한다면 <치악산>의 제목 논란 역시 과도한 간섭이다. 논란이 커지면서 <치악산>의 내용이 허구라는 사실이 알려지고 있고, 영화 내용 자체도 허구에 기반했으니.
다만 한 가지가 다르다. 곤지암 괴담과 달리 치악산 괴담 내용은 영화 개봉 전에 알려지지 않았다. 오히려 이번 논란 때문에 괴담의 존재가 알려지는 모양새다. <곤지암> 개봉 당시에는 괴담이 호기심으로 이어진 반면, <치악산>의 경우에는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결정적인 차이인 셈이다.
'팩트가 힘이다' 해외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