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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스크걸>에서 가장 화제를 모은 배우는 단연 안재홍이다. 

넷플릭스 공식 스트리밍 집계 사이트 '넷플릭스 톱 10'에 따르면, <마스크걸>은 공개 이후 30일 현재까지 시청시간 1920만 시간을 돌파하며 비영어권 TV쇼 부문 글로벌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러한 흥행에는 안재홍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

극 중에서 안재홍은 직장에선 조용히 지내다가도 퇴근한 이후 집에만 돌아오면 인터넷 방송을 시청하며 여성 BJ와 혼자 사랑에 빠지는 현실도피자 주오남으로 분했다. 쉴 새 없이 혼잣말로 일본어를 중얼거리거나, 인터넷 방송에서 스스로 몸에 우유를 붓는 '마스크걸'에게 환호하는 모습 등은 그야말로 충격과 파격이었다. 그에게 "모든 걸 내려놓았다", "혹시 이 작품만 하고 은퇴하려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쏟아진 이유다.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모처에서 만난 안재홍은 "주변에서도 너무 재밌다, 잘 봤다는 연락이 많이 왔다"며 "재미난 반응도 많이 봤다. '(캐릭터를) 삼켰다', '뱉어내라' 이런 말들이 재미있었고 감사했다"는 소감을 전했다. 특히 지난 4월 개봉한 영화 <리바운드>를 함께한 장항준 감독에게 연락을 많이 받았다고. 안재홍은 "작품이 공개되고 (장항준) 감독님이 전화를 주셨다. 자꾸 자기한테 전화가 온다고, <마스크걸> 봤냐고 사람들이 묻는다고 하더라. 감독님과 전작을 함께 했는데 너무 다른 캐릭터라 그런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인터뷰 당일에는 멀끔한 모습으로 나타난 안재홍은 작품 속 주오남으로 변신하기까지 매일 2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그는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셨는데 다행히도 제 머리를 뽑은 것은 아니다. 탈모까지 모두 다 분장이었다"라며 웃었다. 이어 "분장 감독님이 '주오남에게 열감이 느껴지면 어떨까'라고 제안해서 붉게 달아오르거나 긁어낸듯한 피부질감을 만들어내려고 했다. 매 회차 2시간가량을 분장에 소요했다. 너무 리얼해서 분장실에서 나가면 바로 그 캐릭터가 된듯한 기분을 느끼면서 더 연기에 몰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이시떼루' 원래 대본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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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오남 캐릭터는 그동안 영화, 드라마 등에서 등장한 적이 거의 없었던 유형이라는 점에서 더욱 신선하고 놀랍기도 했다. 안재홍은 캐릭터 연구를 위해 어떤 인물이나 자료를 찾아보기보다는 오히려 대본을 파고들었단다. 그는 "웹툰도 물론 참고했지만 감독님이 대본에 쓴 세계관에 집중했다. 주오남은 처음으로 김모미(이한별 분)라는 대상을 두고 삐뚤어진 깊은 마음을 갖게 되고, 집착과 망상을 키워나가는 인물이라고 설정해서 그렇게 다가가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주오남의 걸음걸이나 표정, 시선 등을 많이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파격적인 캐릭터에 대한 부담은 없었다. 새로운 캐릭터, 새로운 얼굴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게 더 귀한 기회여서 망설이고 싶지 않았다. 입체적이고 본 적 없는 캐릭터로 표현하고 싶어서 고민을 많이 했다. 어떻게 하면 일상적이지는 않지만 어딘가에 있을 법한 이 인물을 구현해 낼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주오남은 사람과 소통하는 것을 꺼려하고 혼자 만의 시간을 보내는 걸 좋아한다. 누군가와 대화를 많이 하지 않았을 테니 잠겨있는 목소리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또 다른 사람과 시선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위축된 걸음걸이를 걸을 것 같고 앞에 사람이 와도 인사하고 싶지 않으니 외면하는 듯이 고개를 돌릴 것이다. 그런 시선과 표정 같은 걸 많이 신경 썼다. 이 인물의 행동에는 여러 이유가 필요해서 그걸 가장 많이 생각했다."


<마스크걸> 2부에서 주오남이 상상 속 김모미에게 고백하면서 '아이시떼루'(사랑한다는 뜻의 일본어)라고 크게 외치는 장면은 특히 시청자들 사이에서 반응이 뜨거웠다. 이날 안재홍은 이 장면이 애드리브였다고 귀띔했다. 

"'아이시떼루'는 대본에 원래 없었다. 눈을 질끈 감고 '저 모미씨를 사랑합니다' 하는 게 다였다. 그런데 주오남이 온 마음을 담아 고백을 하니까, 카메라 리허설 때 '아이시떼루'라는 애드리브를 해봤다. 감독님은 당황하시고 스태프들은 다들 재밌어하면서 웃었다. (이)한별씨도 당황하셨고. 그런데 '아이시떼루'라고 하면 이 장면이 상상이라는 걸 (시청자에게) 너무 빨리 알려주는 것 아닐까 싶기도 했다. 스태프분들과 의견을 나누다가 주오남이라는 인물은 상상과 실제가 조금 혼동되어 있는 인물이라, 오히려 캐릭터가 더 부여될 수 있겠다 싶어서 그 대사를 촬영 때도 추가해서 했다."

"뜨거운 반응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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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에서 주오남이 수시로 일본어를 중얼거리는 장면 역시 당초 대본에는 없었던 설정이다. 안재홍은 <마스크걸> 출연이 결정된 후 원작 웹툰을 보다가 그런 설정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웹툰에서 주오남이 갑자기 일본어를 혼자 중얼중얼하는 장면이 있었다. 아마 웹툰 속에서도 제 기억에는 중요한 장면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보자마자 '뭐지?' 하는 서늘한 느낌이 들어서 인상 깊었다. 그래서 감독님께 '개인적이거나 사소한 순간에 툭 일본어가 튀어나오면 어떨까요'라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어를 한다면 어떤 장면에서 하는 게 좋을까 고민하다가 초반에 생일파티 장면을 일본어로 바꾸기로 했다. 인터넷 방송에서 모미가 옷을 벗을 때 재빨리 화면을 가리면서 일본어로 말하는 장면도 그렇게 만들어졌고. 제 생각에 웹툰 속 주오남은 더 극화되어 있고 더 만화적이었다. 그런 인물을 좀더 현실 어딘가에 있는 인물로 보이는 순간을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올해 영화 <리바운드>와 <마스크걸>을 통해 양 극단의 인물을 선보인 안재홍은 이렇게까지 뜨거운 반응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소재 자체가 굉장히 파격적이고 전개도 충격적이라, 공개를 앞두었을 땐 떨리고 궁금한 마음뿐이었다. 정말 이렇게 뜨겁게 반응해 주실 줄은 예상을 전혀 못했다"며 "주오남이라는 새로운 시도와 연기에 대해서 뜨겁게 반응을 해주시는 걸 보고 솔직히 말하면 들뜬다기보다는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오히려 분명해지고 있다. 앞으로도 다양한 역할을 도전해보고 싶고, 나아가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하반기에도 배우 이솜과 부부로 호흡을 맞춘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 LTNS >(가제)의 공개가 예정되어 있다. "좋은 연기를 하는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안재홍은 "캐릭터를 살아있는 사람처럼 생동감 있게 생생하게 표현하는 것에만 관심 있다. 캐릭터의 '진짜' 같은 어떤 순간들을 만들어내고 싶은 게 연기로서 제가 가장 갈구하는 지점이다"라고 강조했다. 
마스크걸 안재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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