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에릭 클랩튼 : 어크로스 24 나이츠' 예고편

영화 '에릭 클랩튼 : 어크로스 24 나이츠' 예고편 ⓒ 케빈앤컴퍼니

 
팝 음악 역사상 가장 대중적으로 성공한 기타리스트를 언급할 때 사람들은 그의 이름을 제일 먼저 꺼내곤 한다. '에릭 클랩튼(Eric Clapton)' 1963년 당시 18살 나이에 가담했던 야드버즈(The Yardbirds)를 시작으로 존 메이올 앤 더 블루스 브레이커스(John Mayall and the Bludbreakers), 크림(Cream), 블라인드 페이스(Blind Faith), 데릭 앤 더 도미노스(Derek and the Dominos), 그리고 솔로 활동을 거치면서 펜더 스트래토 캐스터의 영롱한 기타 선율과 걸쭉한 목소리로 채워진 그의 작품들은 언제나 전 세계인을 사로잡았다. 

지난 23일 CGV 단독 개봉된 <에릭 클랩튼 : 어크로스 24 나이츠>(원제 'Eric Clapton : Across 24 Night') 는 골수 클랩튼 팬들에겐 반가운 작품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이 작품은 제목 그대로 총 24일의 공연 실황을 담은 영상물이다. 지난 1990~1991년에 걸쳐 클랩튼은 영국 런던의 공연 명소, 로열 앨버트 홀에서 24회에 걸친 라이브 무대를 선보였다. 

최소 4인조-최대 13인조 구성의 록밴드, 동료 선후배 기타리스트들을 초대한 블루스 밴드, 그리고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등 시기 마다 편성+장르를 달리 구성한 공연은 같은 해 < 24 Nights >라는 이름의 라이브 음반, 비디오 테이프 등으로 출시되어 좋은 반응을 얻은 바 있다. 그런데 마라톤급 공연 시리즈로 진행한 관계로 인해 당시 출시본에선 누락된 연주가 워낙 많았고 해당 음원 및 영상 공개를 바라던 팬들이 적지 않았다.  

​이에 발맞춰 음반은 지난 6월 < The Definitive 24 Nights >라는 이름으로 총 6CD 분량, 무려 9시간 짜리 하이라이트 구성으로 리마스터링 재발매가 이뤄졌다. 과거 VHS, 레이저디스크(LD), DVD 등으로 소개된 바 있는 영상 역시 <어크로스 24 나이츠>라는 극장판 콘서트 영화로 재탄생했다.  

1990년대 부활의 신호탄
 
 영화 '에릭 클랩튼 : 어크로스 24 나이츠' 예고편

영화 '에릭 클랩튼 : 어크로스 24 나이츠' 예고편 ⓒ 케빈얀컴퍼니

 
로열 앨버트 홀 공연을 치를 당시의 에릭 클랩튼은 과도기 적인 입장에 놓여 있었다. 그룹과 화려한 솔로 활동으로 1970년대를 장식한 데 반해 1980년대는 음악적 혼란의 시기가 이어졌다. 블루스 적인 요소는 거의 사라졌고 신시사이저 선율이 강조된 트렌디한 팝-록 사운드로 변모하면서 평단의 혹평, 상업적 침체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던 중 발표된 1989년 음반 < Journeyman >의 성공에 힘입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다. 자작곡은 단 2곡 뿐이었지만 모처럼 선보인 블루스 커버곡과 록 음악이 적절한 합을 이루면서 미국 내 200만 장 판매, 빌보드 앨범 록 차트 1위, 그래미 어워드 남자 록 퍼포먼스 부문 수상 등 부활의 신호탄 역할을 톡톡히 담당한 것이다.  

이 시기에 마련된 콘서트는 당연히 연일 매진 사례를 이뤘고 다시 한번 팬들은 그의 이름을 연호하며 화답하기에 이른다. 이후 클랩튼은 명곡 'Tears In Heaven', 전 세계 음반시장을 강타했던 < Unplugged > 등을 연달아 내놓으며 제2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어찌보면 < Journeyman >과 더불어 햇수로 2년에 걸친 로열 앨버트홀에서의 공연은 그의 부활을 알린 신호탄이 된 셈이었다.  

<어크로스 24 나이츠>는 주로 미공개 공연 영상 중심으로 꾸며진 관계로 기존 < 24 Nights >에서 비중있게 다뤄졌던 < Journeyman > 수록곡 라이브 연주가 모두 누락되는 등 기존 13곡 중 4곡만 재수록된 아쉬움은 있지만 대신 클랩튼 음악의 핵심을 차지하는 크림, 데릭 앤 더 도미노스, 1970년대 솔로 시절의 명곡들로 빈 자리를 메운 덕분에 오히려 풍성한 구성을 자랑하고 있다. 

미공개 공연 영상 중심의 구성​
 
 영화 '에릭 클랩튼 : 어크로스 24 나이츠' 예고편

영화 '에릭 클랩튼 : 어크로스 24 나이츠' 예고편 ⓒ 케빈앤컴퍼니

 
<어크로스 24 나이츠>의 시작은 1991년 영화 음악가 겸 지휘자 마이클 케이먼(Michael Kamen)이 지휘하는 내셔널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협연곡 'Prelude'가 장식한다. 명곡 'Layla'의 후반부 선율을 모티브 삼은 연주곡에서 에릭 클랩튼은 쫀득쫀득한 일렉트릭 기타 선율로 현장을 압도한다. 이어 화면은 시간을 거슬러 1990년 4인조 조합의 라이브 공연으로 이동한다. 

​기타-베이스-키보드-드럼의 단촐한 구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박력있는 소리로 듣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여기엔 당시 최고의 팝스타로 명성을 얻었던 필 콜린스가 드러머로 참여해 눈길을 모은다. 고질적인 허리 디스크 부상으로 인해 더 이상 드럼 연주를 할 수 없는 콜린스의 현재를 감안하면 무척 반가운 장면의 등장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또 다시 이뤄진 시간 이동에선 초대형 블루스 공연으로 변모한다.  

​버디 가이, 앨버트 콜린스, 지미 본(패뷸러스 썬더버즈), 로버트 크레이 등 1990년 기준 당대 최고의 블루스 기타리스트들을 한자리에 모아 'All Your Love', 'Black Cat Bone' 등 걸쭉한 음성과 선율의 기타 연주를 들려준다. 공연의 주인공 클랩튼은 잠시 뒤로 물러선 채 손님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한다. 이어 브라스 섹션+코러스를 동반한 13인조 조합의 화려하면서 놀라운 기교의 잼 세션급 연주 장면이 펼쳐지는 등 <어크로스 24 나이츠>는 장기간에 걸친 시리즈 공연의 묘미를 영상으로 전달한다.

화질의 아쉬움 극복한 풍성한 사운드​
 
 영화 '에릭 클랩튼 : 어크로스 24 나이츠' 포스터

영화 '에릭 클랩튼 : 어크로스 24 나이츠' 포스터 ⓒ 케빈앤컴퍼니

 
이번 작품의 백미는 후반부를 장식한 오케스트라 협연이 아닐 수 없다. 클랩튼+케이먼 합작으로 만들었던 BBC 드라마 <엣지 오브 다크니스>의 메인 테마 연주, 재즈 그룹 웨더 리포트의 명곡을 베이시스트 네이선 이스트의 솔로 무대로 커버한 'A Remark You Made' 등 히트곡 이외의 작품들을 'Wonderful Tonight', 'Sunshine of Your Love' 등과 대등한 위치에 올려 놓고 들려주는 이색적인 조합이 눈길을 모은다. 그리고 늘 그의 공연에서 빼놓을 수 없는 'Layla'는 기타 장인의 모든 것을 담아낸 명연주로 채워 놓는다. 

리마스터링 과정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원본 영상 자체가 1990년대 일반 가정에 널리 보급된 4:3 화면비율의 브라운관 TV에 맞춰진 탓에 어쩔 수 없는 화질 열화는 대형 화면 감상의 즐거움에 다소 방해요인으로 작용한다. 대신 클랩튼의 또 다른 음악 조력자인 프로듀서 사이먼 클라이미(Simon Clime)의 손을 거쳐 돌미 애트모스 5.1 사운드로 복원된 사운드 만큼은 이와 같은 단점을 충분히 극복해낸다.  

​일반 극영화 대비 고가의 입장료, 한정된 상영관 숫자, 올드팬들이 선호하는 팝 스타 공연 실황물이라는 단점은 분명 존재하지만 <어크로스 24 나이츠>는 충분히 초대형 상영관에서의 감상이 꼭 필요하다는 당위성을 입증하는 작품이다. 극장 안 공간을 박력있는 소리로 풍성하게 채우면서 32년 전 에릭 클랩튼이 들려줬던 록 사운드가 2023년의 오늘날에도 충분히 유효하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에릭클랩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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