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마스크걸>의 한 장면.
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마스크걸>이 공개 3일 만에 280만 뷰를 기록하며 전 세계 비영어 2위에 올랐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 홍콩,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 14개 국가에서 톱 10에 진입했다. 동명의 네이버 웹툰을 원작으로 하며 제작부터 화제를 모았고, 이한별, 나나, 고현정까지 주인공 김모미 역을 3명의 배우가 연기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이한별, 나나, 고현정 모두 각자의 몫을 다했다. 각각 외모 콤플렉스가 있는 평범한 직장인이지만 인터넷 방송에서는 마스크걸로 사랑받는 김모미, 성형수술 후 페이스오프에 성공해 쇼걸로 제2의 인생을 이어가는 김모미, 교도소에 수감되어 '죄수 번호 1047'로 살아가는 김모미를 자신만의 색깔로 잘 표현했다. 또, 불쾌감마저 연기로 풀어낸 안재홍의 주오남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마스크걸>을 시청하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이 드라마의 제목은 '오남 엄마'여야 하는 게 아닐까. 그만큼 염혜란의 연기는 강렬했다. 아들 주오남의 복수에 나선 비뚤어진 모성을 저리 표현해내다니! 감탄이 절로 나왔다. 문득 기시감이 들었다. 이런 느낌을 받은 적이 최근에 또 있지 않았던가. 맞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글로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난 매 맞지만 명랑한 년이에요."
<더 글로리>에서 염혜란이 연기한 현남은 "가정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동은의 손을 잡고 뜨겁게 연대하는 조력자"였다. 현남은 "동은에게 '글로리' 같은 존재"였지만, 그의 연기를 감상하는 시청자들도 영광스럽게 만들었다. "같은 편먹고 싶"다며 동은 앞에 나타나 "내 남편을 죽여"달라고 요구하는 장면, "난 매 맞지만 명랑한 년"라고 말하던 장면 속 염혜란의 연기를 잊을 수 없다.
염혜란은 현남을 단순한 가정폭력 피해자로 그려내지 않았다. 절박함, 강인함, 소박함, 다정함, 단호함, 잔혹함 등을 표현하며 다층적인 인간으로 그려냈고, 복잡한 인간의 속내를 연기로 승화시켰다. 다만, 문동은 역의 송혜교와 박연진 역의 임지연에게 워낙 포커스가 집중되었기 때문에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측면이 있다. 염혜란은 <더 글로리>로 어떤 상도 수상하지 못했다.
<마스크걸>이라 쓰고 '오남 엄마'라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