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KBS2
현장에 출동한 강형욱은 목줄 착용부터 강조했다. 누나 보호자는 목줄을 착용하면 체형이 변한다는 얘기에 그동안 사용하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물론 이는 낭설(浪說)일 뿐이다. 강형욱은 목줄 하나로 체형이 변화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이후 본격적인 상담이 시작됐다. 강형욱은 희망이의 입질 전력을 언급하며 "음주운전 8번 한 사람을 믿습니까?"라고 물었다. 가족들은 고개를 숙였다.
안전의 개념은 사람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안전에 민감하지 않은 보호자들에게 교육할 의미가 있을까. 다른 가족들과 달리 희망이의 문제점에 대해 한마디 말도 없는 누나 보호자는 강형욱이 직접 질문해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강형욱의 고민이 깊어졌다. 반려견을 예뻐하기만 해서는 안전하게 돌보거나 건강하게 가르치고 키우는 것까지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희망이는 어떤 존재예요?"
"제 자식같은 존재예요."
"자식을 낳아 본 적이 없어서 그런 말 하는 거예요. 자식이 나중에 학교 가서 애들 때리고 다니면 어떨 것 같아요?"
"가슴 아프죠."
"왜 가슴 아파요?"
"..."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으로 클까 봐 그래요."
강형욱은 '진짜 부모가 되어서 키워라'는 솔루션을 제시했다. 말은 쉽지만, 부모가 되어보지 않은 누나 보호자가 부모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강형욱은 누나 보호자와 문답을 나누며, 부모의 마음을 이해시키려 했다. 또, 자식을 키울 때 마냥 예뻐할 수 없는 부모의 입장에 대해 설명했다. 부모이기에 훈육도 하고 제재(강형욱 훈련사는 체벌이라 말했지만)해야 한다는 얘기였다.
누나 보호자는 보호자의 무게를 느꼈을까. 본격적인 훈련이 진행됐다. 강형욱은 공격성 제어를 위해 주 생활 공간(누나 보호자의 방)에서 통제 교육을 진행하기로 했다. 희망이는 침대 위에서 누나 보호자가 숨긴 개껌을 찾으며 놀았는데, 이때 가족들이 들어가면 공격성을 보였다. 강형욱은 누나 보호자에게 이불로 희망이를 덮어버리게 했다. 또, 바닥으로 내려보내게 했다.
이렇듯 훈련의 1단계는 희망이의 행동 반경인 침대 위 출입 통제였다. 희망이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2단계는 침대뿐 아니라 방의 출입까지 통제하는 것이었다. 누나 보호자는 열심히 블로킹을 하며 희망이를 밖으로 밀어내려 했지만, 어색한 제지 때문인지 희망이도 좀처럼 따르지 않았다. 강형욱은 이 싸움이 지겹고 힘들어도 해야 한다며, 느리겠지만 많은 변화가 생길 거라고 격려했다.
강형욱은 누나 보호자의 힘듦을 눈치채고 훈련을 잠시 끊어갔다. 그는 누나 보호자의 편치 않은 마음을 희망이가 더 잘 알고 있을 거라고 위로했다. 다만, 아끼니까 꾸짖고 사랑하니까 화내는 마음을 이해시키려 애썼다. 누나 보호자는 눈물을 왈칵 쏟았다. 그동안 잘못된 행동에 대한 후회 때문이었다. 처음 느껴보는 부모라는 단어의 무게감에 막중한 책임감도 느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