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스틸컷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스틸컷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스틸컷
아파트의 입주자격과 공동체의 스펙트럼
부녀회장 금애(김선영)는 '이제 목사나 살인자나 같은 세상이다'고 말은 하지만 황궁아파트에 머무르는 조건은 권리증서다. 대지진이 일어난 지 며칠이 지났지만 지나가는 구조헬기 한 대 보이지 않고, 화폐경제가 마비되어 물물교환으로 돌아간 시점에 열린 입주자회의에서는 이제 휴지 조각이나 다름없는 부동산등기를 생존의 필수조건으로 결정한다. 아파트를 20년간 돌봐온 경비인력이 쫓겨나고 생존에 도움이 될 만한 외부의 전기/화학/생물 기술자보다 입주 자격을 갖춘 일반 행정 공무원의 의견이 중시된다.
생존의 기준점이 엉뚱한 곳에 그어지니 영화도 의도적으로 생존에 집중하지 않는다. 아파트 영탁의 대표선임 후 진행되는 재건 과정은 흡사 아파트 CF처럼 행복은 과장되고 유머러스하게 표현된다. 영하 20도의 혹한이 몰아치지만, 부녀회장 집에서는 티타임이 열리고 새해맞이 잔치가 열릴 정도다. 식량 부족, 연료 부족, 수도 동파 등의 위협은 비교적 사소하거나 최소한으로 표현된다.
생존의 처절함에서 시선을 거두니 자연히 색출의 긴장감에 연출의 힘이 실린다. <콘크리트>에서 긴장감을 유발하는 장면은 크게 두 번 등장한다. '바퀴벌레'로 칭하는 외부인을 색출하기 위한 영탁의 탐색과 혜원(박지후)에게 가짜영탁(=모세범)이라는 진실을 전해 듣고 진짜 영탁을 찾기 위한 명화(박보영)의 수사 과정이다. 특히 명화의 수사 과정은 민성이 대형마트에서 몇 달 치의 식량을 찾아내는 장면과 교차편집된다. <콘크리트>에서 입주 자격은 먹고사는 문제와 정확히 동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