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걸> 포스터
<마스크걸> 포스터 넷플릭스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시리즈에 있어 투트랙을 유지하며 인기를 끌어왔다. 대중적으로 히트를 칠 만한 작품과 마니아층을 사로잡을 작품을 적절하게 조합하며 다수와 소수를 동시에 챙기는 미덕을 이어왔다. <마스크걸>은 지난해 <글리치> <썸바디>처럼 소수 마니아층에게 열혈한 환호를 받을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동시에 어쩌면 예상치 못한 히트작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마스크걸>은 성인 웹툰을 원작으로 했다. 캐스팅부터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하며 자극적인 세계관을 고스란히 실사로 옮겨왔다. 이런 고자극은 학창시절 누구나 학교 앞에서 사 먹었을 불량식품을 떠올리게 만든다. 정신을 피폐하게 만들지만 끊을 수 없는 맛을 선보인다. 이 작품은 부정적인 의미에서 사회화 과정을 조명하며 '마스크걸'이라는 존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사회화 과정은 개인이 속한 집단의 가치와 규범을 내면화 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이 과정을 통해 개인은 타자와 관계를 형성하며 자신만의 자아를 만들어 나간다. 이 과정의 문제는 사회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 타자가 바라보는 시선, 본인이 이루고자 하는 자아가 충돌을 겪을 때 개인이 느끼는 좌절이 뒤틀린 뒷모습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김모미는 이 과정을 처절하게 보여준다. 끼가 많은 모미는 연예인이 꿈이었지만 외모의 문제로 그 꿈을 이룰 수 없음을 알게 된다.
 
 <마스크걸> 스틸컷
<마스크걸> 스틸컷넷플릭스
 
꿈을 이루기에는 사회에서 도태된 존재라는 걸 인식하게 된 모미는 이중생활을 시작한다. 낮에는 회사원, 밤에는 마스크를 쓴 BJ, '마스크걸'이 되어 희열을 느낀다. 이런 주인공의 모습에 혐오감이 느껴지는 이유는 그 뒤틀린 심리에 있다. 예쁜 여직원에 느끼는 열등감, 잘생긴 상사의 행동 하나하나를 과하게 해석하며 빠지는 착각, 자신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팬들을 강퇴시키는 등 누군가를 보고 참 별로라고 생각할 만한 모습을 보여준다.
 
모미가 마스크로 가린 건 자신의 외모만이 아니다. 타인에게 더럽게 여겨질 수 있는 욕망을 감추며 또 다른 자신을 만든다. 허나 연극은 언젠가 끝나기에 무대 아래에서도 가면을 쓸 수 없다. 이 작품의 흥미로운 점은 '마스크'로 가린 욕망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을 만큼 독하게 욕망을 이어간다는 부분이다. 정체가 들통난 모미는 살인에 이어 성형까지 하며 자신을 감추고자 한다.
 
김모미라는 하나의 역할을 신인배우 이한별, 나나, 고현정이 맡으며 무대 아래의 어둠 속에서도 이어지는 연극의 독창성을 보여준다. 마스크라는 얼굴은 계속 바뀌지만 뒤틀린 자아를 유지하면서 독특한 매력을 보여준다. 이 추악한 이야기가 입맛을 자극하는 이유는 누구나 모미처럼 사회에 어울리는 가면을 쓰고 살아가며 남들에게 말할 수 없는 비밀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마스크걸> 스틸컷
<마스크걸> 스틸컷넷플릭스
 
극의 인물들은 모두 일종의 간극 속에서 표류를 거듭한다. 모미의 간극이 외모라면 그를 짝사랑 하는 회사동료 오남은 어머니 경자로 인해 뒤틀린 성욕이 이유가 된다. 여자를 성적인 대상으로만 보며 2D 애니메이션에 빠져 제대로 된 사랑을 하지 못한다. 웃기게도 경남 역시 욕망을 투영한 아들이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면서 자아의 실현과 사회의 시각이라는 간극 사이를 떠돈다.
 
저속한 인물들의 저급한 이야기가 주는 염증에도 불구 이 간극은 감정적인 몰입을 만드는 열쇠로 작용한다. 평범한 회사원인 모미가 왜 이중생활을 하다 살인사건에 엮이게 되었는지, 모미와 제대로 대화 한 번 나눠보지 못한 오남이 왜 그녀를 미치도록 좋아하게 되는지.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지만 누구의 이해도 바라지 않는 비밀을 지닌 인간이기에 이 감정에 빠져들게 된다.
 
<마스크걸>은 숯불에 탄 부위를 자르고 고기를 먹는 사람이라면 알 수 없는 맛을 지닌 작품이다. 가끔은 살이 찌고 혈관에 부담을 주는 음식에 더 끌리는 것처럼 이 작품은 넷플릭스가 선보이는 별미라 할 수 있다. 2월 <연애대전>을 시작으로 7월 < D.P.2 >까지. 2023년 성공적인 오리지널 시리즈 역사를 써오고 있는 넷플릭스의 저력이 '혐오스런 마스크걸의 일생' 역시 품어낼 수 있을지 주목되는 바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키노라이츠 매거진과 김준모 기자의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마스크걸 넷플릭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