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하게> 화면 갈무리
JTBC
<힙하게> 속 예분에게 처음부터 초능력이 있었던 건 아니다. 소 진료에 나섰다가 하늘에서 떨어진 별똥별에 맞아 '엉덩이 사이코메트리'가 생겼다. 진료하는 반려동물의 엉덩이를 만지면, 마치 속마음을 읽은 듯한 명의가 따로 없다. 이 능력, 사람에게도 통할까? 고민하던 예분은 버스에서 소매치기범을 발견한다.
이유 없이 만지면 범죄지만, 그는 평범한 사람이 아닌 소매치기범. 그래서 예분은 '신이 주신 기회'라며 그의 엉덩이를 만진다. 덜컹거리는 버스에 어쩔 수 없이 스친 것처럼 지분거리다 형사 장열(이민기 분)에게 잡힌다. 경찰 조사에서 사죄하기는커녕, 예분은 오해라고 억울해한다. 피해자가 소매치기범이었다고 말하자, 장열은 "소매치기면 엉덩이 만져도 돼?"라고 묻는다.
그러자 예분은 '증거가 있냐'고 따지며 증거 없이 사람을 잡아두는 거냐고 화낸다. 그의 행동이 담긴 영상을 몰래 삭제하려다 걸리고 풀려날 때는 장열에게 "당신, 후회할 거예요"라고 협박한다. 이후에도 예분은 남의 엉덩이를 여러 번 만진다. 넘어지는 장열을 도와주려다가 그의 엉덩이를 덥석 잡고, 남자 후배에게 담요를 덮어주려다 엉덩이를 스치게 된다.
드라마는 타인의 신체를 만지는 역할로 '여성'을 배치하였지만, 현실은 반대다. 성추행 피해자는 대다수 여성이다. 그들은 일상 공간이나 일터에서 피해를 겪고 위계 관계에서 비롯된 범죄인 경우, 신고조차 어렵다. 또한 '증거 없다'는 예분의 말처럼 명백히 타인의 신체를 만졌지만, '증거 불충분' 혹은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해자가 처벌받지 않은 사례도 빈번하다.
현실과 대비되는 <힙하게>의 캐릭터 설정은 남의 엉덩이를 만지는 사이코메트리가 현실 속 성추행을 연상하지 않기 위한 선택일지 모른다. 그러나 실제 여성들이 겪는 현실은 분명하며, 성별을 전환해도 타인의 신체를 만지는 행위는 어떤 맥락이든 결코 유쾌할 수 없다. 기존 사이코메트리 수사물과 차별점은 분명하나, 현실 속 여성에 대한 세심한 고려가 아쉽다.
어딘가 삐끗대는 <힙하게>의 여성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