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에서 주로 엄마는 무성적인 존재로 그려진다. 성애적 욕망이 없는 대신 엄마는 가족을 위해 헌신하다. 마치 그렇게 태어난 존재 이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이런 엄마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있는 드라마가 있다. ENA 드라마 <남남>이다.
드라마는 첫 화부터 자위하는 엄마 은미(전혜진 분)를 등장시켜 시청자를 당황시킨다. 게다 이 행위가 은밀히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거실에서 행해지다 딸에게 목격되지만, 엄마가 이를 그럴 수도 있는 대수롭지 않은 일로 대응함으로써, 이 드라마가 엄마의 욕망을 적나라하게 그려낼 것임을 예고했다. 암시처럼 엄마는 쉰 살이 다 되도록 남자(연애) 없이 산 시간이 별로 없을 정도로 그야말로 자신의 이성애적 욕망에 충실했다.
엄마의 거세되지 않은 욕망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이 드라마는 분명 진일보했다. 서구의 드라마나 영화에는 이미 욕망을 좇아 가족을 떠나거나 심지어 딸의 남자를 가로채는 이상한(?) 엄마가 등장했지만, 한국 드라마에서 욕망하는 엄마는 타락한 존재로 손가락질 받아왔을 뿐, 충만한 성적 욕구를 누리며 살아가는 엄마로는 좀체 그려지지 않았다. 이는 드라마가 사회적 산물임을 증명하고 있는 셈인데, 이런 면에서 이제 등장하고 있는 욕망하는 엄마 캐릭터는 자못 의미심장하다.
엄마라고 무성적 존재가 아님을 선포했다는 점에서 은미 캐릭터는 신선하다. 헌데 그가 왜 평생 그토록 "돈 많고 잘생긴 남자"를 획득하고 말겠다는 투지를 관철해왔는가를 지켜볼 때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남자를 향한 은미의 끊임없는 도전은 정말 자연스런 본능이기만 한 걸까? 청소년기 딸 진희(수영 분)가 은미에게 의구심을 품은 것처럼, 그는 남자 없이 못 사는 그런 존재로 태어난 걸까?
이성애가 제도인 사회에서 남자 혹은 남편이 없는 여자는 어딘가 부족한 존재로 여겨진다. '한 부모' 가정이 늘어나고 있지만, 사회는 여전히 혼자인 채의 엄마와 자식의 관계를 결여된 상태로 여긴다. '한 부모' 가정이라는 용어가 생기기 이전 이들은 '편모(偏母)' 가정이라 폄하되었다. 한 쪽이 떨어져 나간 가정이라는 차별은 그 나머지를 채워야만 '정상'이 된다는 억압을 드러낸다. 이성애 가족 모두 결코 잘 살아가고 있지 않지만, 이성애 가족의 정상성은 여전히 믿을 수 없을 만큼 공고하다.
은미가 그토록 남자와 연애를 좇은 무의식에 애정에 대한 본능적 갈구만이 아니라, 사회가 규정한 정상성에 부합하기 위한 노력은 아니었을지 고민이 남는다. 어떤 섹슈얼리티도 진공 상태에서 배양되지 않는다. 이성애와 이성애 가족 이데올로기는 자신이 추구하는 감정 상태를 정상으로 여기도록 만들기에 충분히 강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