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그렇게까지 잘 할 필요는 없지 않았니? 지나치게 잘한 것 아냐?"
박찬욱 감독이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보고 난 뒤 배우 이병헌에게 건넸다는 첫 마디는 이랬다. 영화 개봉에 앞서 엄태화 감독과 특별 관객과의 대화를 가진 박 감독은 그러면서 "이병헌 연기의 역사에서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칸에서 이 영화를 선정하지 않은 건 실수지만, 그 정서를 이해 못 할테니 이해는 간다"는 상찬을 남겼다.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흥행 열기가 제대로 오른 지난 주말, 이병헌의 연기에 대한 상찬들이 온라인을 달궜다. 영화인들 역시 소셜 미디어를 통해 갖가지 표현으로 동료 배우의 연기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었다. 아무리 그 이병헌이라지만 관객들이 배우의 이미지가 아닌 연기 자체를 극찬하는 한국영화는 실로 오랜만이다. OTT가 아닌 극장에 갈 요인을 적극적으로 찾고 있는 관객들에게 배우의 연기가 선택의 요소가 될 수 있음을 이병헌이 증명했다고 할까.
그렇게 배우들의 연기가 호평을 얻고 있는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개봉 첫 주 5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누적 관객 수 154만(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을 돌파했다. 토요일이던 지난 12일 45만, 일요일 13일에 42만을 동원했다. 지난 주말을 통과하며 본격적인 흥행 궤도에 올랐다고 볼 수 있다.
지난 11일 개봉 17일째 누적 관객 수 400만 명을 돌파하며 손익분기점을 넘긴 <밀수>의 흥행 궤적과 비교하면 셈이 쉽다. 류승완 감독의 <밀수>도 개봉 첫주 주말이던 7월 29일과 30일 나란히 47만 관객을 동원하며 정점을 찍었다. <밀수>는 13일까지 누적 관객 435만 명을 동원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가 여름 텐트폴 영화로 내세운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애초 암울하고 진지한 아포칼립스 장르로 인해 흥행 전망이 불투명했다. 하지만 배우들의 호연은 물론 아파트 공화국에 대한 진중한 물음이 담긴 인간 군상극, 나무랄 것 없는 비주얼과 '봉준호, 박찬욱의 상업영화를 연상시킨다'는 엄태화 감독의 연출력에 대한 호평이 어우러지며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있다.
문제는 이른바 '출혈 경쟁'이라고까지 일컬어지는 여름 극장가의 배급 경쟁. 징검다리 연휴인 오는 15일 광복절을 맞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펜하이머>와 정우성 감독의 데뷔작 <보호자>, 유해진과 김희선 주연의 중년 로맨스 코미디 <달짝지근해: 7510>(아래 <달짝지근해>)이 나란히 개봉한다.
아무리 이병헌이라도 세 편에 달하는 물량 공세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은 불가능일 터. 14일(오후 2시 기준) 영진위 실시간 예매율을 보면, <오펜하이머>가 56.2%로 압도적 1위를 기록 중이다. 이어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15.6%로 2위, <달짝지근해>가 7.0%, <보호자> 4.8%다.
관건은 팬 층이 두터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펜하이머>가 사전 예매만 40만장에 달하는 압도적인 관심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느냐 일 터. 여기에 흥행 궤도에 오른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얼마나 방어할 수 있을지, 유해진의 코미디와 배우 정우성의 데뷔작이 틈새 공략에 성공할 수 있을지가 8월 흥행 경쟁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언론에 먼저 선보인 15일 개봉작 세 편의 흥행 전망은 어떨까.
크리스토퍼 놀란, <덩케르크> 뛰어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