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밀수>의 바다는 이상하게 평화롭다. 거친 파도 한번 없이 잔잔한 바다에서 해녀들은 평화롭게 물질을 한다. 인근에 들어선 공장폐수의 유입으로 생태계가 파괴됐다고 하는데 물을 혼탁하게 만드는 부유물 하나 없이 맑고 투명하다. 바닥에 붙은 성게의 비늘 하나하나까지 구분될 정도다.
해녀들은 차가운 바닷물에서 저체온증을 막아줄 잠수복 없이 천으로 덧댄 남루한 복장을 했지만 어쩐지 먹고살기의 고단함보다는 레저로 스킨스쿠버나 다이빙을 즐기는 것처럼 편안해 보인다. 맹룡호가 정박하는 물길의 배경에는 외딴 바위섬이 하나 있는데 고급 요트가 자리 잡아도 어울릴 것처럼 근사한 자태를 뽐낸다.
거칠고 무자비한 바다에서 밀수품을 건져내는 장면은 기획부터 염두에 두지 않았다는 듯한 모습이다. 어쩌면 당연한 선택인 게<밀수>는 범죄자들의 치밀한 두뇌 싸움을 소재로 한 하이스트 액션영화가 아니라 수직과 수평의 대비를 통해 인간관계를 드러내는 드라마에 가깝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