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공식작전> 스틸컷
㈜쇼박스
팬데믹을 거치면서 한국 영화계에는 새로운 트렌드가 생겼다. 한국 외교사의 비하인드를 다루는 작품이 여럿 공개됐다. 남북 외교관의 소말리아 탈출기를 그려낸 <모가디슈>, 샘물교회 선교단 아프가니스탄 피랍사건을 다룬 <교섭>이 대표적이다. 김성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하정우, 주지훈이 출연한 <비공식작전> 역시 같은 트렌드를 따른다.
사실 트렌드에 올라탄 영화는 양날의 검을 손에 쥐고 있다. 상황이 좋게 흘러가면 관객의 니즈를 정확히 겨냥해서 흥행할 수 있다. 반대로 뒤늦게 트렌드에 올라탄 경우 리스크가 크다. 앞선 작품들과의 차별화에 실패해서 관객의 눈도장을 찍기 어렵기 때문이다. <비공식작전>은 후자에 가까운 상황이다. <교섭>의 흥행 실패는 해당 소재가 소구력이 없다는 현실을 보여줬다.
이에 <비공식작전>은 관객층을 최대한 넓히려고 노력했다. 초반부는 유머러스하다. 후반부를 채운 액션 시퀀스는 강렬하다. 하정우와 주지훈의 케미는 익숙하지만, 기대한 재미를 선사한다. 그 와중에 시대상을 반영한 묵직한 드라마는 심금을 울리기 위해 노력한다. 마치 모범생 같다. 특출난 지점은 없어도 고루고루 균형을 잡았다. 다만 그 때문에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조금 가혹하게 말하자면, 재미는 있되 매력이 없다.
묵직한 드라마의 힘
<비공식작전>에서 눈에 먼저 들어오는 대목은 드라마다. <교섭>과 유사한 이야기가 전체 틀을 잡는다. 두 작품 모두 국가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한다. 다만 전달하는 방식은 다르다. <교섭>은 '정재호'(황정민)를 어떻게든 국민을 살려야 한다는 사명감의 화신으로 소개했다. 하지만 인물과 관객 간의 가교를 놓는 데는 실패했다. 개인의 일탈이 두드러진 샘물교회 사건을 소재로 삼다 보니 관객이 주인공에게 몰입할 여지가 없었다.
<비공식작전>은 영리하다. 정반대의 길을 택했다. 초반부에 민준은 허술하다. 그에게 외교관으로서 대단한 사명감은 사치다. 서울대 출신 후배에게 밀려 승진 못하는 그는 평범한 공무원 중 하나다. 이 소시민적 감성 덕분에 관객은 손쉽게 민준에게 마음을 열 수 있다. 이 교감은 그의 변화를 납득할 수 있는 여지도 준다. 평범한 직장인이 모든 자국민을 구하려는 진정한 외교관으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 있다.
보조 플롯도 인상적이다. 레바논에서 그가 사투를 벌이는 동안 외무부는 안기부와 갈등을 빚는다. 외교관을 한 명이라도 더 구해야 되지 않겠냐는 외무부 장관의 항변은 힘이 없다. 외무부의 단독 작전 때문에 안기부장 심기가 불편해졌으므로. 이 갈등은 결국 국가의 역할에 대한 질문이다. 국익을 따지기 전에 국가는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한다. 6월 민주 항쟁과 서울 올림픽이 시대적 배경이라 더 의미심장하다. 그러다 보니 외무부 직원들의 단체 행동, 오재석 서기관과 민준의 만남은 과한 연출 없이도 뭉클하다.
분위기를 환기하는 버디 무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