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유토피아>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다만 탄탄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엮이는 드라마는 그 묘미가 상당하다. 꾹 닫힌 철문과 개인주의로 대표되는 공동의 공간 아파트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이 그간 선보여 온 코드는 단절이었다. 이 작품은 재난상황을 통해 이 단절을 해체시키면서 인물들을 한 자리에 모은다. 그리고 각자의 욕망을 가진 인물들이 일으키는 거대한 소용돌이를 흙먼지 들이마시듯 관객이 체감하게 만든다.
작품의 주된 공간인 황궁아파트는 지진으로 쑥대밭이 된 서울에서 유일하게 무너지지 않는다. 이 시점부터 아파트 주민들은 공생과 독생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다. 황궁아파트로 몰리는 이재민들의 모습은 두 가지 시각으로 볼 수 있다. 좁은 시선으로 보자면 아파트의 시설을 공유하는 외부인의 모습으로, 넓은 시선으로는 전 세계적인 화두인 난민 문제로 볼 수 있다.
갑자기 높아진 아파트의 가치는 주민들의 이기심을 부추긴다. 그리고 종교와도 같은 결속을 보여준다. 그 중심에 있는 캐릭터가 이병헌이 연기한 영탁이다. '아파트는 주민의 것'이라는 문구를 내세운 그는 임시주민대표가 되어 신과 같은 존재로 군림한다. 마치 예수의 부활처럼 실패한 인생을 살던 그는 두 번째 기회를 얻게 된다. 그리고 아파트를 위해 헌신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믿음과 대가를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