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사극 <연인>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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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진족을 혐오하고 야만시하는 장면은 오늘날의 한국 문화 곳곳에서 쉽게 발견된다. 위와 같은 드라마 장면뿐 아니라 영화나 서적들에서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 한국인들이 잘 의식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 우리가 그처럼 비하하는 여진족이 실은 우리와 아주 가깝다는 점이다. 고대에 이들은 우리와 동족이었고 발해 멸망 이전만 해도 한민족과 함께했던 말갈족의 후예다.
역사학자 신채호는 역사를 '아'와 '비아'의 투쟁으로 이해했다. 그는 여진족이 한민족과 하나의 '아'를 형성한 시기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조선상고사>에서 그는 "동족인 여진족"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신채호는 "고대 동아시아 종족은 우랄어족과 중국어족의 두 파로 나뉘었다"면서 "한족·묘족·요족 등은 후자에, 조선민족·흉노족은 전자에 속한다"라고 한 뒤 "조선민족이 분화하여 조선·선비·여진·몽골·퉁구스 등"이 되었다고 설명한다.
발해와 신라가 멸망하고 고려가 한반도를 통일하는 시기에, 말갈족에 들어가 이들을 여진족으로 재편한 인물이 있다. 신라 왕족 출신인 김함보가 그 주인공이다.
여진족 금나라의 역사를 기록한 <금사>, 여진족의 후예인 만주족 청나라가 편찬한 <만주원류고>는 여진족 시조인 김함보가 신라인이라고 알려줬다. 청나라 정부가 관찬 역사서를 통해 '우리는 신라인의 후예'라고 공식 인정했던 것이다.
여진족 시조가 신라인이라는 점은 몽골 원나라도 인정했다. 위의 <금사>는 금나라 정부가 편찬한 책이 아니라, 몽골 정부가 중국어로 편찬한 금나라 역사서다. 이 <금사>에 "금나라 시조는 김함보라고 불린다. 고려에서 왔다"라는 대목이 들어 있다. 신라 출신인 김함보는 왕건이 고려를 세운 뒤에 말갈족에 들어갔다. 그래서 "신라에서 왔다"라고 하지 않고 "고려에서 왔다"라고 서술한 것이다.
이처럼 말갈족은 서기 10세기에 여진족으로 재편되면서 주류 한민족과 좀더 가까워졌다. 말갈족일 때보다도 여진족일 때에 혈통적으로 더 가까워졌던 것이다.
여진족 천대했던 한국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