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지옥만세> 관련 이미지.

영화 <지옥만세> 관련 이미지. ⓒ 한국영화아카데미


'싸이키델릭 트위스티드 홀리 어드벤처'라는 이 영화의 홍보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말랑하거나 부드럽지 않고, 한두 번 뒤틀었다는 건데 거룩한 모험극이란다. 도무지 정체를 단번에 알 수 없는 영화 <지옥만세>는 제목에서처럼 기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작품이다.
 
고교 일진들을 쫓아다니며 일종의 빵셔틀 격인 쏭남(오우리)과 집단 따돌림 피해자 황구라(방효린)는 자신들이 처한 비참한 상황을 인식하고, 돌연 죽음을 결심한다. 그러다 우연히 가해자였던 박채린(정이주)이 집안이 망해 서울로 이사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세상을 등지려 하다가 자신들이 없어도 잘 살고 있을 박채린에게 조금이라도 타격을 주기로 마음 먹은 쏭남과 황구라의 모험기가 주내용이다.
 
학교 폭력과 자살 문제만으로 이 영화가 다루려는 소재의 무거움은 차고 넘친다. 피해자의 복수극이라면 으레 처절하거나 슬픔과 외로움을 내세워 비장하게 그릴 법하지만 <지옥만세>는 그 무거움에 눌리지 않고, 오히려 두 학생의 개성에 기댄다. 결코 친절하지 않고 톡톡 쏘는 말투의 쏭남은 겉보기와 달리 속정이 있다. 반면 유약해 보이지만 황구라는 나름의 강단과 뚝심이 있는 인물이다.
  
 영화 <지옥만세> 관련 이미지.

영화 <지옥만세> 관련 이미지. ⓒ 한국영화아카데미

 
 영화 <지옥만세> 관련 이미지.

영화 <지옥만세> 관련 이미지. ⓒ 한국영화아카데미


영화는 사소한 복수를 위해 서울로 향했다가 어느 사이비 종교 시설에 우연히 흘러들며 복수 대상이었던 박채린을 만나면서부터 본격적인 이야기를 풀어낸다. 다짜고짜 거룩한 표정으로 둘을 맞이하는 채린을 두고 둘은 당황하고, 오갈 곳 없는 신세로 시설에 머물게 되며 그 집단의 민낯을 목격하게 된다.
 
개인의 사적 복수가 사이비 종교 문제와 맞물리며 이야기를 도통 예측할 수 없게 된다. 자신들이 낙원이라고 믿는 남태평양 쪽 어느 지역으로 가기 위해 혈안인 사람들 사이에서 두 소녀의 복수는 거의 무의미해지기까지 한다. 과연 이들은 어떤 선택을 내릴까. 180도 뒤바뀌어 버린 학교 폭력 가해자를 바라보는 이들의 복잡한 심경이 아이러니한 상황과 맞물리며 독특한 재미를 만들어낸다.
 
처절하고 무겁기만 할 수도 있는 여러 층위의 사회 문제를 제법 재치 있게 영화에 담아낸 감독의 기지를 인정할 수 있겠다. 이창동 감독 <오아시스> 스틸작가, 홍상수 감독의 여러 영화에서 연출부 경험을 한 임오정 감독은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영화적 세계관을 설득력 있게 구현해냈다.
 
한줄평: 소재의 함정을 영리하게 피했다
평점: ★★★☆(3.5/5)

 
영화 <지옥만세> 관련 정보
 감독: 임오정
출연: 오우리, 방효린, 정이주, 박성훈
제작: 한국영화아카데미 KAFA
배급: 찬란
러닝타임: 109분
관람등급: 12세이상관람가
개봉: 2023년 8월 16일
지옥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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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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