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공식 포스터
롯데엔터테인먼트
'평등하지 않은 세상을 꿈꾸는 당신에게 바칩니다.'
얼마 전까지 논란이 됐던 한 유명 브랜드 아파트의 광고 문구였다. 여론이 들끓자 결국 해당 광고를 내리긴 했지만, 대놓고 자본 계급 의식을 드러낼 만큼 평등의 개념이 오염됐다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오는 9일 개봉하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소위 아파트 공화국으로 통칭되는 한국사회의 단면을 포착한 영화다. 낙원을 뜻하는 유토피아라는 단어를 내세우지만, 들여다보면 영화는 강한 역설과 아이러니한 상황을 묘사하는 데 상당 부분을 할애한다. 대지진으로 폐허가 된 대한민국 땅에서 유일하게 무너지지 않은 '황궁 아파트'를 배경으로 그 안팎 사람들이 겪는 상황과 태도의 변화를 다룬 작품이다.
김숭늉 작가의 웹툰 <유쾌한 왕따> 중 2부인 '유쾌한 이웃'을 원작으로 한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제작 당시부터 파격적인 시나리오로 업계에선 화제였다. 시나리오를 접한 배우 소속사 및 제작 관계자들이 서로 탐을 낼 정도로 높은 작품성 및 완성도였다는데, 영화화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연기력 면에서 자타공인 수준인 이병헌과 탄탄하게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는 박서준, 박보영, 그리고 독립예술영화로도 폭넓게 활동해 온 김선영 등이 합류하며 캐릭터 면에서도 충분히 흥미를 유발한다.
소재를 생각하면 재난영화로 생각하기 쉽지만, 오히려 인간 군상들의 미묘한 심경 변화를 드러내고 인간성 상실을 꼬집는다는 점에서 사회 스릴러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특별히 가난하다거나 특별히 잘난 인물들이 아닌, 뼈 빠지게 일해 내집 마련을 했거나 하루하루 성실히 살아왔을 평범한 사람들 다수가 중심인물로 자리한다.
연출을 맡은 엄태화 감독의 작의가 충분히 느껴지는 설정이다. 투표를 통해 주민 대표를 선정하고 마찬가지로 투표를 통해 외지인을 받을 것인지 말 것인지를 정하며 나아가 식량 보급과 배급, 보건 및 방범까지 회의를 통해 결정하는 모습은 우리에게 익숙한 민주주의 시스템을 상징한다. 나름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의사를 결정하던 사람들은 영화가 진행될수록 변하게 되고, 결국 범죄로 볼 수밖에 없는 행동을 일삼게 되면서 비극성이 극대화된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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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섬찟한 지점은 주민들의 행동 양식을 특별하게 나무랄 수만은 없다는 데에 있다. 생존을 위해 돌변하는 사람들을 과연 누가 마음 놓고 탓할 수 있을까. 하지만 영화는 그럼에도 인간답게 살려는, 혹은 공존을 택하려는 일부 군상을 보여주며 아파트 다수 주민의 선택이 결코 옳다고 합리화할 수만은 없음을 말한다.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놀라운 점은 묵시록 성격의 주제를 힘 있게 끝까지 관통시킨다는 데 있다. 그리고 <밀수> <더 문> <비공식작전> 등 올여름 시장을 노린 대형 상업영화 경쟁 구도에서 유일하게 뒷맛이 씁쓸한 비극의 서사극이라는 데 있다. 전자는 감독의 개성과 의도가 완성도 있게 잘 구현됐다는 방증이지만, 후자는 관객의 취향과 소구에 따라 영화의 흥행 운명이 크게 엇갈릴 수도 있다는 면에서 위험 요소다.
완결성 있으며 충분히 공감하고 예상 가능한 비극을 올여름 관객들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극중 캐릭터들의 선택과 입장이 너무도 공감이 가기에 가상의 설정임에도 그 어떤 경쟁 영화보다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콘크리트 유토피아>다. 이해와 관용보다 혐오가 더 쉬운 법. 사회 약자와 소수자들을 향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는 이들은 과연 나쁜 사람들일까. 우린 이제 쉽게 답할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철학자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이 영화 전반에 숨어 있다.
한줄평: 맵고도 아린 뒷맛.
평점: ★★★★(4/5)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관련 정보 |
원작: 김숭늉 작가 '유쾌한 왕따' 2부 '유쾌한 이웃'
각본: 이신지, 엄태화
각색: 조슬예
윤색: 정승오
감독: 엄태화
출연: 이병헌, 박서준, 박보영, 김선영, 박지후, 김도윤
제작: 클라이맥스 스튜디오
공동제작: BH엔터테인먼트
제공 및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개봉: 2023년 8월 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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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사람 차별한 이 아파트... 혐오는 적나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