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바비> 스틸컷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마텔사의 바비인형은 전 세계 소녀를 겨냥해 인종, 직업, 세계관, 가치관을 다채롭게 구성해 인기를 얻었다. 세계관을 들여다보면 페미니즘과 휴머니즘 철학이 중심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창립자 루스 핸들러는 회고록을 통해 "바비에 대한 내 철학은 소녀가 무엇이든 되고 싶다면 될 수 있음이다. 바비는 언제나 여성의 선택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오프닝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패러디는 돌봄에 한정된 놀이가 한 단계 발전하게 됨을 의미한다. 결말에 와서는 창립자 루스 핸들러를 만나 탄생 계기를 듣는다. 루스는 딸 바버라가 종이 인형에 여러 캐릭터를 부여해 노는 모습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성인 여성 인형을 만들어 냈다. 바비의 이름도 딸 바바라에서 따왔다. 50년대 아기 인형뿐이었던 소녀를 자유롭게 하고, 모성 신화에 가둔 가부장제의 한정적 역할을 뛰어넘게 도와주었다.
하지만 여성을 향한 이중잣대로 오랜 시간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여성은 예쁘고 성격도 좋고 똑똑하며 모두에게 사랑받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만들어냈다.
여성의 롤모델을 제시했던 원래 취지와 반대로 흘러가기도 했다. 비현실적인 외모로 일반 여성의 자존감을 떨어트린다는 이유에서다. 적나라한 성인 여성의 신체는 성상품화와 직결되었고, '바비 인형 같은' 수식어는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며 예쁜 틀 안에 여성을 옭아매었다.
그래서일까. 여성이라면 공감할 내용이 꽉 차 있다. 남성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실수투성이, 부족하지만 유일한 '나다움'을 예찬하는 이야기다. 이곳에서 여성은 다양한 직업군을 갖는다. 배우, 대통령, 변호사, 판사, 기자, 작가, 과학자, 노벨수상자 등 뭐든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실 세계에서는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