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바비> 포스터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영화 <바비>는 완벽한 '바비랜드'에 살던 '바비'가 현실세계와 이어진 균열을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홀로 여정을 떠나는 이야기다. 그런데 누군가 몰래 여정에 끼어들었다. 그 정체는 바로 '켄'. 그는 바비의 남자친구고, 바비를 사랑하고, 아무튼 바비를... 위한 존재다!
영화 포스터 문구처럼 '바비는 모든 것(Barbie is everything)'이라면, '켄은 그냥 켄(He's just Ken)'이다. 마텔에서 발명한 인형일 때도, 영화 <바비> 속 캐릭터일 때도, 켄은 마치 바비가 들고 다니는 액세서리 같다. "난 너 없으면 아무 것도 아니야", 바비에게 매달리던 켄은 우연히 현실세계에서 뜻밖의 풍경을 본다. 여기서는 남자가 중심이라고? 바비 말고 '켄'이?
떠나요, '켄'랜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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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바비> 스틸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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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랜드에서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존재는 오직 바비다. 대통령도 바비, 훌륭한 책을 써서 노벨상을 받는 것도 바비, 사람을 고치는 의사도 바비, 매일 밤 파티를 열 수 있는 인형도 바비다. 반대로 켄은 바비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존재다. 여러 명의 켄 사이에서 바비의 마음에 드는 유일한 켄이 되기 위해 그들은 멋있고 친절한 모습만 보이려 애쓴다.
켄이 바비랜드를 떠나 현실세계에 간 것 또한 '바비가 없는 나'를 상상할 수 없어서다. 그러다 우연히 바비 없이 홀로 길거리를 걷게 되는데 현실은 '켄'랜드다! 대기업을 이끄는 CEO도 남성, 공사장에서 땀을 흘리는 사람도 남성, 길 가다 누군가에게 예쁘다고 추파를 던질 수 있는 것도 남성이다. 바비랜드에서는 바비만 할 수 있던 일이 거꾸로 현실에서는 켄만 가능하다.
그렇다면 현실세계는 왜 '켄' 중심일까? 켄이 찾은 책에는 '가부장제'가 그 이유라고 한다. 사회의 기본 구조인 가정에서 남성이 중심이고 이를 뒷받침하는 전반적인 사회 체계를 지칭하는, '가부장제'. 이것만 있으면 바비랜드도 '켄'랜드가 되지 않을까. 목화씨를 숨긴 문익점처럼 켄은 머리에 가부장제를 넣고 바비랜드로 돌아가 열심히 설파한다.
바비가 다시 바비랜드로 돌아갔을 때, 세상은 가부장제로 바뀌었다. 켄들이 국회, 병원, 공원 등 모든 곳에서 주요한 역할을 맡고 바비들은 그 옆에서 응원만 하고 있다니, 게다가 바비들의 자신감이 사라졌다. 노벨상을 수상한 바비는 자신이 그럴 만한 능력이 없다며 스스로 비하하기 바쁘고 대통령 바비는 머리 굴리기 싫다며 누군가의 '애인'에 만족하겠다고 한다. 바비와 켄이 뒤바뀐 바비랜드,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바비랜드', '켄랜드' 모두 원더랜드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