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안 할 이유 없는 임신> 스틸컷
한국영화아카데미
10년 차 난임부부, 아내 강유진의 시험관 아기는 또 실패다. 이러다 가문의 대가 끊어지겠다는 시아버지의 전화에 남편 최정환이 '걱정하지 말라'고 답할 때 뉴스 속보가 뜬다. 30년간의 연구 끝에 김삼신 박사가 '남성 임신 기술'을 개발했다는 것. '만일 남자가 임신할 수 있다면 벌써 했다'는 정환의 허풍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다.
김삼신 박사를 찾아간 부부, 얼떨결에 정환은 '남성 임신 기술' 수술 동의서에 사인하게 된다. 2030년의 한국 출생률은 0.4명, 인구 절벽을 해결하고자 힘들게 '남성 임신 기술'까지 개발했지만 정작 지원하는 남자는 없다. 김 박사의 유일한 희망인 정환은 본격적으로 '엄마'가 되기 위해 출산 유경험자 남성들을 찾아간다. 그러나 그들의 경험담에 정환의 얼굴이 하얗게 질린다.
"출산하자 아내가 나를 남자로 보지 않는다", "출산하고 다니던 회사에서 잘렸다", "열심히 운동해도 예전의 몸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가끔 임신을 후회한다". 턱 끝까지 내려온 다크서클과 함께 열심히 우는 아이를 달래는 남성들의 말에 정환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게다가 병원에서 만난 임산부(父)는 불룩한 배로 울먹거리며 정환을 향해 고개를 젓는다. 임신, 이거 보통 일이 아닌가 보다.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할아버지라면 '남자가 무슨 임신'이냐며 말릴 거라 기대하던 정환. 정작 돌아온 답은 '최씨 가문의 대를 잇는 거라면 뭐든 OK'란다. 결국 정환은 환자복을 입고 수술대에 오른다. 정환은 무사히 수술하고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아무리 두려워도 더는 물러날 곳이 없다.
가부장제, 출산 중 사망... 현실 반영 100%
남자가 임신한다는 허구적 세계관의 영화 <안 할 이유 없는 임신>이지만 이야기 속 설정들은 지나치게 사실적이다. 아내 강유진은 강씨인데 매번 시험관 아기를 실패할 때마다 남편 최정환의 '최씨 가문을 네가 끊을 것'이라는 시아버지의 악담에 시달린다. 임신과 출산은 여성 개인의 몸에서 벌어지는 일이지만, 가부장제가 끼어들면 마치 가문의 대를 잇기 위한 도구로서 취급된다.
또한 시아버지는 자신의 아내가 아들 최정환을 출산하다가 사망했다는 사실에 슬퍼하면서 이로 인해 아들의 임신을 만류하기도 한다. 그러나 며느리인 강유진의 임신은 당연하게 생각한다. 실제 출산 과정에서 여성들은 출혈, 난산, 감염 등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으며 한국은 높은 의료 기술, 산전 진단 등으로 사망률이 낮은 편이지만 WHO(세계보건기구)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2분마다 1명의 임산부가 사망하고 있다(2020년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