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이트사이렌>의 한 장면
㈜풍경소리
"유럽의 어느 외딴 마을에선 지금도 신화와 중세 미신에 따라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는 문구로 시작하는 <나이트사이렌>(2022)은 비밀을 안고 외딴 고향 마을로 돌아온 한 여자가 어린 시절에 죽은 동생의 진실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폐쇄적인 마을의 집단적인 미신과 광기, 폭력을 마주한다는 내용의 포크 호러 영화다. 연출은 슬로바키아 출생으로 HBO 유럽을 비롯한 다양한 방송사와 협업하며 다양한 다큐멘터리를 연출한 바 있는 테레자 느보토바 감독이 맡았다.
강간 피해자가 겪는 트라우마를 통해 여성을 희생시키는 가부장적 사회 시스템을 고발한 데뷔작 <필시>(2017)로 로테르담국제영화제를 비롯한 전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찬사를 받은 테레자 느보토바 감독은 <나이트사이렌>에서도 여성 혐오에 저항하는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다. 그녀는 "많은 전통이 현상 유지를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나이트사이렌>은 "자유에 관한 영화"라 말한다.
7개 챕터('도착', '마을', '야생의 아이', '오틸라', '한여름 밤', '자매', '마녀들')로 구성된 <나이트사이렌>은 이질적인 것을 마주한 폐쇄적 공동체의 두려움, 편견, 광기를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마을 사람들은 여성은 남성을 섬겨야 하고 반드시 아이를 낳아야 하며 여성의 몸은 오로지 남성의 쾌락을 위해서만 존재한다고 믿는다. 결코 종교적, 전통적으로 '허용된' 여성, 아내, 엄마를 벗어나선 안 된다.
마을 사람들에게 가부장적 사회 구조에 저항하며 (동성애를 포함한) 성적 해방과 욕망을 드러내고 스스로 결정하는 주체적인 여성인 샤를로타와 미라는 공동체의 위험 요소다. 이들은 샤를로타와 미라에게 가하는 신체적, 언어적, 심리적, 사회적 폭력과 억압을 정당화하기 위하여 '마녀'라 낙인을 찍는다. 실제 역사에서 수 세기 동안 '마녀'가 여성에 대한 혐오와 폭력을 지속시키는 수단이었던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