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좋.댓.구>의 관련 이미지.

영화 <좋.댓.구>의 관련 이미지. ⓒ ㈜키다리스튜디오


 

'좋아요, 댓글, 구독'을 해달라는 뜻을 내포한 줄임말 '좋댓구'는 유튜브 등 모바일 스트리밍 서비스에 익숙한 사람들에겐 익히 쉬운 표현이다. 이 단어 그대로 영화 제목을 삼았을 때? 아마도 꽤 유쾌한 코미디 장르를 떠올리기 십상일 것이다.
 
제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초청작이기도 하고, 지난 5일 언론에도 공개된 영화 <좋·댓·구>는 우선 형식과 내용면에서 국내 저예산 독립영화에 신선한 충격을 줄 만하다. 영화 <서치>로 대표되는 스크린플레이 방식에 코미디를 덧댔기 때문이다. 모바일이나 컴퓨터 화면에서 벌어지는 장면 그대로를 영화로 옮긴 스크린플레이 표현법은 최근 한국영화 <롱디>에서도 적극 활용된 바 있다.
 
아무래도 모바일 메신저, 웹캠 화면이나 SNS 메신저 등을 활용했기에 이야기 구조나 흐름면에서 탄탄해야 했다. <서치>가 찬사를 받은 것도 표현의 신선함과 이를 뒷받침하는 탄탄하고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 구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전자가 스릴러 요소를 십분 강조한 드라마였다면 <좋·댓·구>는 다큐에 블랙 코미디 요소를 가미해 관객들의 눈길을 끈다.
 
중심인물은 배우 오태경이다. 영화에서 <올드보이> 최민수의 아역으로 소개되는 것처럼 대중에겐 드라마 <육남매> 등의 어릴 적 모습으로 잘 알려진 배우다. 장선우 감독 <화엄경>, <알 포인트> <조난자들> 등 저예산 독립영화 주연을 비롯해 <각설탕>이나 <마이웨이> <힘을 내요 미스터 리> 등 상업영화에서 조연 캐릭터를 맡아왔는데 성인의 모습으로 대중에게 강하게 인식되진 못했다.
 
<좋·댓·구>는 그런 배우의 이미지를 적극 활용했다. 아역 스타였던 오태경의 실제 사연 상당 부분을 영화로 끌어온 것. 이번 작품으로 장편영화에 데뷔한 박상민 감독은 애초에 다큐멘터리로 구상했다가 <서치> 등의 영화를 본 후 장편 극영화로 확장시켰다고 한다. 왕성한 활동 중에 배우 오태경이 갑상선 항진증을 앓은 것, 생계를 위해 각종 아르바이트를 전전한 것, 결혼 후 육아를 분담하며 배우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것 등이 영화에 순차적으로 제시된다.

실제 사연에 감독의 상상력을 더하다
  
 영화 <좋.댓.구>의 관련 이미지.

영화 <좋.댓.구>의 관련 이미지. ⓒ ㈜키다리스튜디오


  
 영화 <좋.댓.구>의 관련 이미지.

영화 <좋.댓.구>의 관련 이미지. ⓒ ㈜키다리스튜디오


 
물론 여기에 감독의 상상을 덧댄 부분도 있다. 영화에서 주요 사건이 되는 건 한 무명 배우의 광화문 피켓 시위다. 지하철에서 억울하게 성추행범으로 몰린 뒤 모든 작품에서 하차하고, 무언 1인 시위를 이어가게 되는데, 유튜버로 전향한 오태경이 직접 그의 사연을 뒤쫓기 시작하며 사건들이 맞물려 간다.
 
인기 아역 배우에서 무명 유튜버가 된 오태경과 그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호흡이 꽤나 유쾌하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슬프고 우울한 사연이겠지만, 영화는 그 무게에 함몰되지 않고,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이야기를 끌어간다. 대중에게 익숙한 각종 유튜버들을 비롯해, 박찬욱 감독, 배우 문소리, 장윤주, 그리고 지상파 예능 프로 진행자들이 대거 등장해 가상의 세계관을 탄탄하게 하는 것도 일종의 깨알 재미다.
 
자칫 표현법이 이야기 자체를 뭉개거나, 제작진이 그 표현법에 기댄 나머지 이야기와 캐릭터를 허술하게 짜기 십상일 텐데 해당 영화의 제작진은 그런 함정을 제법 아슬아슬하게 빗겨갔다. 관객에 따라서 이 영화의 주요 반전이나 결말을 쉽게 예상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재미가 크게 반감되지 않는다.
 
한줄평: 침체일로의 한국영화에 신선한 충격을 던질 법하다
평점: ★★★★(4/5)

 
영화 <좋·댓·구> 관련 정보
제작: ㈜영화사 업
제공: ㈜키다리스튜디오
배급: 트윈플러스파트너스㈜, ㈜키다리스튜디오
각본 및 감독: 박상민 (<곤지암> 공동각본)
출연: 오태경
특별출연: 유튜브 크리에이터 영국남자, 와썹맨, 쏘영, 말왕, 제이블랙, 쏘대장, 짤툰, 어썸하은, 제니윤, 버거형, 명현만, 김베어 / 박찬욱, 문소리, 김응수, 장윤주, 박현빈, 신동엽, 김정근, 강다솜, 박지훈, 곽자형
개봉: 2023년 7월 12일  
좋.댓.구 오태경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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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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