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지옥 만세> 포스터
KAFA
"우울한 현실을 다루지만 유머가 도처에 존재하고, 예상외의 반전이 많아 흥미롭다."
"다들 미성년이었던 시절이 있었기에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글로벌한 부분이 있는 반면, 컬트 장르도 재미있게 결합했다."
"끝까지 인내하며 시련을 이겨낸 두 주인공이 제게도 위로를 주었다."
1일 폐막한 독일의 뮌헨국제영화제(Filmfest München)에서 임오정 감독이 연출한 영화 <지옥만세> 상영회를 찾은 관객들의 평이다. 영화가 '학교 폭력'과 '사이비종교'라는 무게 있는 소재를 블랙 코미디로 위트 있게 풀어냈다는 반응이 다수다. 어느 현지 관객은 "올해 영화제에서 본 제일 훌륭한 영화다. 꼭 상을 받았으면 좋겠다"라며 감독을 격려하기도 했다.
<지옥만세>는 임오정 감독이 2022년 완성했고 같은 해 48회 부산국제영화제와 27회 서울독립영화제에 소개되어 각각 'CGK촬영상'과 '넥스트링크상'을 수상했다. 또한 주인공 나미 역할을 맡은 신인 배우 오우리는 제11회 무주산골영화제에서 '아빈 크리에이티브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국내에는 8월 개봉 예정이며, 뮌헨국제영화제는 해외 첫 상영이었다. 뉴욕아시안영화제에서도 7월 말 해외 관객을 만난다.
서울로 원흉을 찾아나선 두 여고생들
이 영화는 두 외톨이 소녀의 복수와 구원이 뒤섞인 엉뚱한 방랑기를 그린 영화다. 수학여행을 가는 대신 자살을 계획한 나미(오우리 분)와 선우(방효린 분)는 자신들의 인생을 곤두박질치게 만든 원흉, 채린(정이주 분)의 행복한 근황을 알게 된다. 복수의 칼날을 갈며 낯선 도시 서울로 가서 만난 채린은 새로 태어난 듯 선하게 변해 있어 두 사람은 커다란 혼란에 빠진다. 임오정 감독은 이미 <거짓말>(2009년), <더도 말고 덜도 말고>(2013년) 등의 단편으로 주목받았고, 2019년에는 옴니버스 영화 <한낮의 피크닉>을 선보이기도 했다.
임오정 감독은 독일 관객들에게 "저를 비롯한 외톨이들이 한국에서 살고 있는 풍경을 그린 영화인데 이들의 호쾌한 모험과 탈출, 이들에게 보내는 응원을 즐겁게 봐주셨으면 감사하겠다"고 자신의 작품을 소개했다.
임오정 감독은 6월 23일과 6월 30일 두 번에 걸친 영화 상영 후 '감독과의 대화(Q &A)' 시간에 사회자와 관객들이 감독에게 던진 질문들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아웃사이더에 대한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로 "사회적으로 변방에 있는 외톨이들끼리 서로 소통하고 힘을 내고 연대하는 과정을 그리는 걸 제가 좋아한다. 고립된 채 지내거나, 사회와 불화해 적응하지 못하는 외로운 마음들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해 왔다. 저도 아마 그런 사람 중의 한 명인 것 같다.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무언가를 믿고 있다. 사회의 잘못된 시스템, 집단논리 그리고 잘못된 신에 대한 믿음이 팽배하다. 그런 헛된 믿음 사이에서 사람들이 오히려 더 외로워지고 고립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보다 중요한 믿음은 바로 우리 곁에 있는 나와 같은 다른 외톨이들을 믿고 이해하는 마음을 가지는 걸로 출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고생들을 주인공으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이전에 18살 학생들을 가르친 적이 있다. 사춘기를 겪으면서 학교생활에 괴로워하고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있으면서도 시종일관 깔깔거리는 모습이 생의 두 가지 면을 잘 담고 있는 것 같았다. 삶이라는 것이 빛나는 면과 어두운 면도 있고, 또한 차가운 면과 따뜻함도 있고 여러 층의 아이러니와 온도 차이가 반복되지 않나. 그런 삶을 두 소녀가 함께 살아나갈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고, 무엇보다 그들이 죽지 않길 바랐다"고 답했다.
학교폭력과 사이비종교의 공통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