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귀를 사로잡은 영화음악의 대가라면 당장 누구의 이름이 떠오를까? 얼마 전 세상을 떠난 류이치 사카모토나 스튜디오 지브리 음악들로 친숙한 히사이시 조, <스타워즈>의 테마로 기억되는 존 윌리엄스, 한스 짐머, 모리스 자르 등의 쟁쟁한 이름이 열거될 테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상징적이고 영향력이 크다는데 반대를 찾기가 힘들 이름이 거대한 산맥처럼 우뚝 솟아 있다. 바로 그 이름이 이 영화의 원 제목이다. 국내 개봉 명에 더해진 '마에스트로'가 전혀 어색하지 않지만 그의 이름은 곧 '거장'을 뜻하는 단어와 동의어라 해도 무방하기에, 마치 '역 전 앞'이란 표현이 중복인 것처럼 동어반복 느낌은 지울 수 없는 노릇이다.
2020년에 작고한 엔니오 모리코네와 <시네마 천국>을 비롯해 여러 편의 작품을 협업한 이탈리아 감독 쥬세페 토르나토레는 그의 영화경력에서 이례적인 다큐멘터리 작업을 기꺼이 맡았다. 엔니오 모리코네의 기록영화였기 때문이다. 신인감독이던 1980년대 후반, 이미 350편의 영화에서 음악을 맡아 살아있는 전설이 된 지 오래이던 엔니오 모리코네와 만난 인연이 어느새 30년이 지나 있었다. 그의 대표작이라 할 <시네마 천국>과 <피아니스트의 전설>, <말레나> 등에 모두 엔니오 모리코네가 함께 했으니, 30여 년간의 우정이 깃든 인연을 기억하며 굳이 다큐멘터리에 도전했을 테다(모리코네 또한 자신의 전기 다큐멘터리 연출은 쥬세페 토르나토레가 해야 한다고 콕 찍어 지목했다 전한다).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은 자신의 영화경력 내내 함께해 온, 본인 스스로 경외해마지 않는 대가를 기록하는 헌사에 더해 자신의 작가적 야심도 살짝 버무려낸다. 이미 살아생전 전설이었으며 누구나 그의 이름과 대표작을 알고 있지만, 항상 타인이 감독한 영화에서 부분 조각으로 소개되고 기억되어오던 엔니오 모리코네가 비로소 온전한 주역으로 자리매김하는 작업에 도전한 것이다. 오랜 인연 덕분에 많은 지점을 공유하며 누구보다 주인공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감독은 엔니오 모리코네를 마치 한 그루 아름드리 거목을 다루듯 뿌리의 기초부터 나이테 밑동의 세밀한 단면도를 거쳐 줄기와 꽃, 이파리까지 총체적으로 다루려 시도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거장의 숨겨진 이면에 근접한다.
그런 작가적 야심을 충족하기 위해 영화는 거장의 반세기가 넘는 거대한 궤적을 극한의 압축으로 꾹꾹 눌러 담았다. 2시간 30여분의 상영시간은 엔딩 크레디트를 빼면 온전히 엔니오 모리코네라는 존재를 A부터 Z까지 풀이하려는 도전에 할당된다. 검색엔진으로 알아볼 수 있는 나열되고 파편적인 정보 텍스트가 아니라 철저한 구조 설계에 힘입어 그의 인생이 어떻게 위대한 음악의 구성요소로 정교하게 전환되고 축성되었는지 관객에게 들려주고픈 집요한 의지의 소산인 셈이다. 짧지 않은 분량이라 여겨지다가도, 400편이 넘는 영화음악과 100 단위의 클래식 창작을 보유한 거장의 생애와 활동상을 요약하기엔 턱없이 모자랄 지경이다. 거의 외줄타기 수준으로 아슬아슬한 균형감각을 유지했다고 봐도 무방할 테다.
우리가 잘 몰랐던 거장의 기원을 해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