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인터넷에서 가장 증오하는 남자> 포스터.
넷플릭스
단순히 성적 쾌락을 위해서라면 사람들은 더 높은 수위의 영상물로 몰릴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 성범죄는 피해자를 조롱하고 학대하는 것에서 쾌락을 얻는다. 축구선수 황의조처럼 사진 속 인물이 유명인일 때, 직업이 의사이거나 명문대 학생일 때, 반듯한 가정을 가진 사람일 때, 사적인 영상이 유출된다면 더욱 큰 타격을 입는다.
2010년 등장한 '이즈 애니원 업' 사이트의 운영자 헌터 무어는 이런 디지털 성범죄 특성을 파악해 광고 수익으로 연결했다.
"나한테 상처 준 여자들을 미워하는 마음에서 시작했죠. 하루는 방문자가 확 늘길래 내가 이랬어요. '여자 사진 올리고 괴롭혀서 돈 좀 만질 수 있겠어'."
그는 여성의 휴대전화를 해킹해서 훔친 사진을 유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것을 '리벤지 포르노'라 불렀다.
'이즈 애니원 업'은 사진과 함께 피해자의 신상, 전화번호, SNS 주소를 함께 공개하는 특징이 있었다. 심지어 유출된 사진 속 인물의 어린 자녀 사진을 나란히 올리기도 했다. 사람들은 피해자의 SNS에 찾아가 성희롱 댓글을 달고, 직접 연락해 협박하기도 했다. '이즈 애니원 업'은 인터넷에서만 가능한 규모로 특정인의 일상까지 침범할 수 있게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인터넷에서 가장 증오하는 남자>는 헌터 무어와 '이즈 애니원 업'을 추적한 수사 다큐멘터리다. 주축이 되는 인물은 여성인권 운동가이자 지역 정치인 샬럿 로스다. 샬럿의 딸도 '이즈 애니원 업' 피해자 중 한 명이었다.
샬럿은 피해자들과 연대하고 법적 대응을 모색했다. 동시에 헌터 무어가 피해자를 괴롭힌 방법과 같은 방법을 활용했다. 헌터의 집 주소를 SNS에 공개한 것이다. 이후로 그는 살해 협박에 시달리며 두려워했다. 집을 떠나 한동안 할머니 집에서 지냈고, 가족들에게 극심한 불안을 호소했다고 한다.
음지에 있을 때는 익명의 추종자들이 헌터를 '우상'으로 추켜세웠다. 하지만 '이즈 애니원 업'이 양지에 드러나자, 그에게 맹비난이 쏟아졌다. 한 시민에 의해 어깨를 찔리기도 했다. "사진 찍으라고 총 들고 강요한 사람 없어요." 기고만장했던 헌터는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자신이 저지른 온라인 학대를 돌려받은 셈이다.
'이즈 애니원 업' 사이트 이용자들과 '황의조 사생활 영상'을 파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누군가를 학대하면서 돈을 벌고자 한 것이다. 미 연방수사국(FBI)이 수사를 시작하기 전, 헌터는 공중파 방송에 출연하는 등 자신만만해 했다. 그는 마치 자신이 법 위에 있다는 듯 자신했다. 그러한 자신감은 그가 초능력자 따위라서가 아니다. 디지털 성범죄 수익구조에 대한 수요, 소비자들이 그 믿음을 만들었다.
"너 그런 거 보는 사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