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회 광주독립영화제 '메이드인 광주' 단편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
12회 광주독립영화제 '메이드인 광주' 단편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 광주독립영화제 제공
 
지난 22일~25일까지 4일간 개최된 올해 광주독립영화제는 예년과 비교될 정도로 눈에 띄는 성장세를 나타냈다. 개막식을 제외하고 11회의 상영 중 3회 상영이 매진됐고, 좌석점유율 83%를 기록했다. 영화제를 찾은 관객 수를 종합하면 연인원 1천여 명에 가까울 정도였다. 지역의 영화제로서는 상당한 흥행이었다.
 
야외상영 이벤트가 호응을 얻었고, 주말에는 서울 등에서도 영화인들이 찾았다. 올해 처음 마련된 해외작품이 상영된 퀘벡 내셔날데이 광주행사에는 임택 광주 동구청장이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겨울에 개최하다 지난해부터 여름으로 옮긴 광주독립영화제의 양적 질적 성장이 두드러졌다.
 
9편에서 12편으로 늘어난 광주 영화
 
거의 모든 상영작을 관람해 열혈 관객상을 받은 한 관객은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데 초행인 광주에서 멋진 경험을 했다"라며 "내년에는 배우 출연작이든, 연출작으로든 광주 관객을 만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서울에서 온 영화 관계자 역시 "광주독립영화제가 작지만 강한 영화제이고 관객과 소통하는 영화제로, 프로그램이 풍성하고 다양하다"라며 프로그래머의 역량을 높이 평가했다.
 
이번 영화제에서 인기를 끈 상영은 '메이드인 광주' 단편 신작선이었다. 광주지역에서 제작된 영화를 모은 것으로 3회 매진 중 한 회차에 속하게 됐다. 지역에서 제작된 영화에 대한 관객의 관심은 상대적으로 높았다. 올해 상영작 34편 중 메이드인 광주 상영작은 12편으로 전체 상영작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9편보다 더 늘어난 것이다. 광주 출신 다른 감독들 작품까지 합치면 전체 상영작 절반에 육박할 정도다.
 
 12회 광주독립영화제에서 처음 시도해 매진을 기록한 옥상 야외상영.
12회 광주독립영화제에서 처음 시도해 매진을 기록한 옥상 야외상영. 광주독립영화제 제공
 
최근 지역 영화의 약진 흐름에서 광주의 독립영화 창작 활동 증가는 눈여겨 볼만한 현상이다.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 상영작 중 지역에서 제작된 영화는 해외 초청작을 제외하고 110편 중 15편이었다. 지역 영화를 배려해 신설한 로컬시네마 섹션 상영작 8편을 포함하면 23편으로 경쟁 상영작의 22%가 수도권 외 지역에서 창작된 영화였다. 2021년 108편 중 20편이 상영된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광주에서 제작된 장광균 감독의 <오늘의 안부>가 지난해 3회 5.18 영화제 대상을 차지했을 만큼 제작 역량도 인정받는 추세다. 광주에서 활동하는 주요 독립영화인들이 함께 제작에 나섰던 영화였다.
 
광주독립영화제의 성장에는 광주독립영화인들의 적극성이 자리하고 있다. 광주의 영화단체 및 영화사, 영화인 등은 2014년 지역영상영화인 신년모임을 시작으로, 2016년 광주국제영화제가 파행 사태로 무산된 이후 2017년 광주영화영상인연대를 창립했다. 이후 광주독립영화제와 광주여성영화제 등을 중심으로 움직임을 확장해 나갔다.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안정되고 성장의 기틀을 마련한 것이다.
 
소극적 정책에서 공격적으로 전환
 
여기에는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의 정책적 지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다. 역사적으로 유서 깊은 광주극장이 자리하는 가운데, 2018년 영진위 독립영화관 신설 사업을 통해 광주독립영화관이 개관한 것이다.
 
지역영화에 대한 영진위 정책을 통해, 창작이 늘었고 만들어진 작품이 영화제를 통해 상영되면서 관객의 호응을 얻는 방식으로 선순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광주영화영상인연대는 올해도 '지역 영화문화 활성화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6월 2일 대전 소소아트시네마에서 열린 영화포럼에서 영진위 김영구 팀장이 지역영화 정책 변화를 설명하고 있다.
6월 2일 대전 소소아트시네마에서 열린 영화포럼에서 영진위 김영구 팀장이 지역영화 정책 변화를 설명하고 있다. 성하훈
 
영진위의 지역영화 패러다임 전환은 지역영화 발전에 긍정적 효과를 불러오고 있다. 지난 6월 2일 대전 소소아트시네마에서 열린 영화포럼에서 영진위 영화문화저변화지원팀 김영구 팀장은 2019년 이후의 정책 변화를 설명했다.
 
우선 ▲영화문화 향유의 수혜자+소비자에 뒀던 시선을 영화문화와 산업의 창작 주체로 바꿨다 ▲배려와 안배의 소극적 정책을 지역영화에 대한 공격적 정책으로 전환했다 ▲주로 촬영 유치와 인센티브를 주는 사업을 지역 제작지원과 청소년 영화교육을 늘리는 것으로 변경했다 ▲협업방식도 영상위원회나 영상미디어센터 중심에서 지역 민간단체와 공적 기관으로 확대했다 ▲추진방향 역시 기존 영화 향유권 강화에서 지역영화 영상 생태계 활성화를 추가했다.
 
전국적으로 지역영화 정책의 만족도가 높은 것도 현실에 맞는 방향을 설정한 덕분이었다. 영진위 김영구 팀장은 "단기적으로 영진위는 지역영화와 영상문화·산업의 촉진자와 조정자로서 내외부사업과 연계한 융합사업을 개발하고, 전국 영화·영상 민간기관과 공동사업을 발굴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다만 긍정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더 확대되지 못하는 부분은 과제다. 실제 올해 '지역 영화문화 활성화 지원사업'의 경우 전국 각 지역에서 19개 컨소시엄이 지원했고, 이중 10개 지역이 선정됐다. 같은 지역에서 최대 4개 단체가 지원하는 등 경쟁이 치열했다. 지원단체는 늘고 있는데, 예산이 뒷받침되지 못한 결과였다.
 
이에 대해 영진위 김영구 팀장은 중단기 과제로서 지역영상발전기금(지역문화진흥기금) 조성을 제시했다. 별도의 재원 마련이 필요하다는 설명이었다. 영화발전기금이 고갈된 상태에서 영진위의 한계를 나타낸 것으로, 일정 부분은 지역에서도 책임져야 한다는 논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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