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라>영화 포스터
스튜디오 두마, 미디어나무
'새만금 간척사업'을 기억하는가? 1987년 당시 민정당 후보였던 노태우 전 대통령의 공약으로 시작해 1991년 착공한 새만금 간척사업은 전북 부안군 변산면 대항리와 전북 군산시 비응도동을 연결하는 33.9km 길이의 세계 최장의 방조제를 축조해 총면적이 서울 면적의 3분의 2에 달하는 간척지를 조성하는 대규모 국책사업이었다. 세계 최대 갯벌이자 주요 습지 생태계가 파괴될 위기에 처하자, 환경·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범국민적 반대 운동이 일어났고 소중한 삶의 터전을 잃은 어민들도 격렬히 저항했다.
2006년 4월 대법원이 새만금 간척사업을 강행하라는 판결을 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생태적 가치를 지녔던 갯벌을 파괴하는 새만금 방조제 벽이 바다를 가로막게 되었고 2만 명이 넘는 어민들이 일터를 잃었다. 이후 대중의 기억에서 새만금 간척사업은 잊혔다.
동물원에 갇힌 호랑의 삶에 관한 <작별>(2001), 백두산 유역 야생동물들의 현실을 다룬 <침묵의 숲>(2004), 야생동물이 길에서 차에 치여 죽는 '로드킬'을 조사한 <어느 날 그 길에서>(2006), 우리나라의 '공장식 축산'의 실태를 담은 <잡식가족의 딜레마>(2014) 등 산업사회의 다양한 측면을 조명하며 인간과 비인간 동물의 관계에 대한 화두를 던진 황윤 감독도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말미암아 갯벌의 무수한 생명체들이 죽어가는 현실에 관심을 쏟았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결과 자신과 가깝게 지내던 어민의 사고사로 인해 충격을 받고 갯벌을 떠났다.
의도적으로 새만금을 멀리하던 황윤 감독은 2015년 지인의 소개로 만난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의 오동필 단장을 따라간 수라 갯벌에서 간척사업으로 모두 사라진 줄 알았던 멸종위기 1급인 저어새 150여 마리가 무리를 지어 물고기를 찾아 먹는 놀라운 광경을 마주하게 된다. 황윤 감독은 <씨네21>과 가진 인터뷰에서 그 순간 "만감이 교차했다"고 밝힌다.
"다 파괴됐다고 생각한 곳에 희망이 있었다. 부정적인 그림만 그려오던 스스로가 부끄러웠고 습관적으로 들고 다니던 카메라를 꺼냈다. 이건 나의 다음 작품이 되겠다고 직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