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벌거벗은 세계사> 김형오, 이윤호 PD 인터뷰 이미지

tvN <벌거벗은 세계사> 김형오, 이윤호 PD ⓒ tvN

 
tvN 예능 프로그램 <벌거벗은 세계사>가 100회를 맞았다. 

매주 화요일 오후 10시 10분에 방송되는 <벌거벗은 세계사>는 전 세계 여러 나라의 명소들을 살펴보고 다양한 관점에서 우리가 몰랐던 세계의 역사를 파헤치는 프로그램이다. 한국사 스타 강사 최태성부터 건축가 유현준, 미국사 전문가 김봉중 교수 등 동서양 분야별 석학들이 MC 은지원, 규현, 이혜성과 게스트들에게 역사 속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영상과 함께 강연한다. 2020년 첫 선을 보였던 <벌거벗은 세계사>는 2022년 1월 정비를 거치면서 시즌제를 탈피했으며 현재 100회를 넘어섰다. 

지난 2020년 시작된 첫 회부터 <벌거벗은 세계사>를 연출해온 김형오 PD와 이윤호 PD를 지난 14일 서면으로 만났다. 김형오 PD는 "지금처럼 콘텐츠가 넘쳐나고 굉장히 빨리 소비되어 사라지는 시대에 100회를 넘어 콘텐츠의 생명이 유지되고 꾸준히 사랑받는다는 일이 쉽지 않은 상황임을 잘 알고 있어 더욱더 의미가 깊다고 생각한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어 이윤호 PD 역시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는 이렇게 오래하게 될 줄 몰랐다. 한 회, 한 회 정신없이 제작하다 보니 어느덧 100회를 넘어 방송을 하고 있다. 이 모든 게 시청자 여러분께서 큰 관심을 주셨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 것 같다. 앞으로도 재미와 의미 두 가지를 모두 잡는 <벌거벗은 세계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시작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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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벌거벗은 세계사> 김형오 PD 인터뷰 이미지 ⓒ tvN


<벌거벗은 세계사>가 첫 방송되었던 2020년은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었던 때이기도 하다. 김형오 PD는 당시를 회상하며 "갑자기 예상하지 못했던 코로나 팬데믹이 발생하면서 모든 생활이 달라졌다. 저 역시 마찬가지로 당시 신규 기획안을 작성했던 것들이 모두 야외 촬영 기반이라 서둘러 스튜디오 제작 형식의 기획안을 준비해야 했다. 당시 니즈(needs)가 있던 '언택트' 여행과 세계사라는 소재를 합쳐 현재의 '벌거벗은 세계사'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매주 다른 주제로 강연이 펼쳐지는 <벌거벗은 세계사>에서 제일 중요한 존재는 역시 강연을 진행하는 전문가다. 실질적으로 그날의 방송을 이끌어가는 사람이기 때문. 제작진들 역시 강연자 섭외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 이윤호 PD는 "방송 초반에는 작가들과 함께 직접 전화해서 섭외하기도 하고, 학교에 찾아가서 인사드리기도 하면서 일일이 부딪혔다"며 "지금은 (프로그램이) 자리가 잡혀 섭외 전화를 드리면 확실히 수월해졌다. 기존에 출연했던 교수님을 통해 소개를 받거나 이미 출연했던 전문가에게 다시 제안을 드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강연 주제와 전문가 섭외가 끝나고 나면 대본 작업이 시작된다. 알차고 재미있는 강연을 위해 제작진이 고생하는 시간이라고. 김형오 PD는 "제작진들이 먼저 주제를 정하고, 그 주제의 전문가들을 조사한 뒤 미팅을 진행하면서 함께 대본 작업을 한다"며 "방송에 나오는 영상 자료와 이미지, 텍스트 역시 대본에 삽입되어 있다"고 귀띔했다. 

"아이템이 정해지면 특히 작가들이 많이 고생한다. 교수님이 추천한 책, 논문을 토대로 자료조사를 시작하는데 워낙 자료가 방대해서 다 읽고 추리기까지 작가님의 노고가 엄청 크다. 자료조사를 토대로 회의를 하는데 오류는 없는지 교수님과 지속적으로 전화, 메일을 통해서 소통을 한다. 한 회 대본이 나오기까지 약 5주의 시간이 걸린다. 여행지 VCR은 대본 회의를 하면서 최대한 기존 회차와 겹치지 않는 곳, 새로운 볼거리가 있는 여행지를 선정하는 편이다. 100회를 넘기다 보니 종종 겹치는 여행지가 있어서 최대한 겹치지 않게 잡으려고 노력한다." (이윤호 PD)

​​​그러나 역사를 기반으로 정치, 경제, 문화, 사회 현상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다 보니 관점의 차이가 존재할 때도 있다.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가끔 전문가들 사이에서 논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중세 말기 유럽을 휩쓴 '페스트'에 대해 다뤘던 회차에 대해 "강의 전반에 중세에 대한 편견이 깃들었다"는 서울대 서양사학과 박흥식 교수의 비판이 대표적이다. 제작진이 방송을 준비할 때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에 대해 김형오 PD는 "다양한 역사가 혼재 되어있는 사건의 경우 각국 역사 인식과 교육 및 사상적 연구가 다르고, 새로운 가정들과 사실들에 대해 지금도 학자분들이 연구 중이다"라면서도 "저희는 다양한 인식과 연구가 이어지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서도 설명하되, 강의 내용은 강연을 준비하시는 강연자들의 논리와 해석을 따라가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재미 없는 역사 강연? "예능적 요소 살리고자 노력"
 
 tvN <벌거벗은 세계사> 이윤호 PD 인터뷰 이미지

tvN <벌거벗은 세계사> 이윤호 PD 인터뷰 이미지 ⓒ tvN

 
한편 <벌거벗은 세계사>는 인문학적 지식과 교양을 전달하는 방송이지만 또한 재미를 추구해야하는 예능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김형오 PD는 "저를 비롯한 대부분의 제작진이 예능 출신이다. 강의 형식의 포맷이기 때문에 몰입도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예능적인 요소를 살리고자 노력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강연 도중에 시청자들이 궁금해 할 법한 질문을 던지고 때로는 황당한 농담으로 티격태격 하는 규현, 은지원, 이혜성은 방송의 분위기를 환기시키고 웃음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한다. 

세 사람을 고정 MC로 섭외한 것에 대해 이윤호 PD는 "역사에 관심을 갖고 있는 출연자를 찾으려고 했다. 신선한 인물로 이혜성씨를 생각했다. 또한 강의를 듣고 리얼한 반응을 하고 가끔은 초딩(?) 같지만 꼭 필요한 질의응답을 해줄 인물로 은지원씨만한 분이 없다고 생각했다. 규현씨는 가장 나중에 합류했는데 역사에 관심이 많아 공부도 열심히 하고 흥미로워하는 걸 봐서 프로그램에 적합할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100회까지 방송이 이어지는 동안 고정 출연자들의 사이도 더욱 친해지고 편해졌다고. 카메라가 돌아가지 않는 쉬는 시간에 강연자에게 주제에 관해 궁금한 걸 물어보기도 하고 서로 토론을 벌이기도 한단다. 이윤호 PD는 "심지어 (게스트로) 출연하는 외국인들도 여러 번 나오다 보니 많이 친해졌다. 쉬는 시간에 여행으로 그 나라에서 어디로 가면 좋은지 이야기 하기도 하고 출연자가 직접 집에서 담근 올리브를 나누기도 한다"고 스튜디오 분위기를 전했다.

전문가의 강연과 VCR 영상, 퀴즈를 아우른 <벌거벗은 세계사>는 세계사를 전혀 모르고 관심 두지 않던 사람이라도 재미있게 몰입해서 들을 수 있도록 구성이 짜여 있다. 예능과 교양을 적절하게 조합한 <벌거벗은 세계사>가 100회를 이어올 수 있었던 힘이다. 마지막으로 김형오, 이윤호 두 PD들은 앞으로도 시청자들이 역사 강연을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자신했다.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는 인문학이 '히스토리 에어라인'이라는 가상의 전용기와 세계 여러 나라를 '언택트'로 즐길 수 있는 VCR, 그리고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강의 내용과 퀴즈 구성 등 적절한 예능적 장치들을 만나서이지 않을까. 과거의 역사가 현재 각국의 역사와도 밀접하게 닿아있어, 지금의 세계를 이해하는 데 꽤나 괜찮은 프로그램이라 생각한다." (김형오 PD)

"시청자 여러분들의 관심이 있었기에 100회 넘게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저희 제작진은 앞으로도 '알고는 있지만 잘 알지 못했던 역사'에 대해 흥미롭게 재미있게 하지만 고급스럽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끝으로 이제 여행 시즌인데 비행기 안에서 <벌거벗은 세계사>를 보시면서 해당 나라에 가면 더욱 즐거운 여행이 될 테니, 여행 전 준비물로 <벌거벗은 세계사> 꼭 챙기시면 좋을 것 같다(웃음)." (이윤호 PD)
벌거벗은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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