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방영된 엠넷 '퀸덤 퍼즐'

지난 13일 방영된 엠넷 '퀸덤 퍼즐' ⓒ CJ ENM

 
엠넷의 새 서바이벌 예능 <퀸덤 퍼즐>이 특유의 매운 맛으로 가득 채운 첫회를 선보였다. 지난 13일 방영된 <퀸덤 퍼즐> 1회에선 참가자들의 첫 만남과 동시에 본격적인 개별 평가에 돌입하는 내용이 소개되었다. 한 주 전 엠넷 유튜브 공식 채널을 통해 50여 분에 걸친 선공개 영상으로 상당량을 담아낸 <퀸덤 퍼즐>이었기에 이날 첫 회는 사실상 2회차 같은 역할을 담당했다.  

​치열한 경쟁에 돌입한 참가자들은 각양각색 반응 속에 자신이 준비한 퍼포먼스로 평가에 임했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퀸덤 퍼즐>은 선공개 영상부터 논란을 자아냈다. 그동안 케이팝 아이돌 씬에서 공식적인 언급이 금기시되던 1군, 2군 등의 표현을 방송에서 노골적으로 언급하고 참가자들을 구분하다보니 이에 대한 비판이 물밀듯이 쏟아졌다. 

​우려했던 것처럼 일부 악의적인 네티즌들은 명단이 기재된 유튜브 화면을 캡쳐해 올리면서 특정 아이돌에 대한 공격의 수단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방송 당일 제작진은 기자 간담회를 통해 "대중들의 선입견을 깨고자 하는 장치였다"라는 궁색한 변명을 내놓기도 했지만 이를 그대로 받아들일 시청자가 과연 몇이나 될지 의문이 들었다. 어찌되건간에 <퀸덤 퍼즐>의 막이 올라갔고 역시나 1회는 엠넷 특유의 마라맛 풍미가 프로그램 전반을 장악했다.  

개성 넘친 무대 선보인 참가자들 
 
 지난 13일 방영된 엠넷 '퀸덤 퍼즐'

지난 13일 방영된 엠넷 '퀸덤 퍼즐' ⓒ CJ ENM

 
​음원 순위+음반 초동 판매량을 기준으로 나눴다는 1~4군 분류에 맞춰 나눠 앉은 참가자들은 MC 태연의 호명에 따라 각자 준비한 퍼포먼스로 평가에 임했다. 본인 보다 잘했다면 한 수 위, 그렇지 않다면 한 수 아래 버튼을 눌러 점수를 부여하는 이전 <퀸덤> 시리즈 방식을 그대로 활용했다. 일단 첫 회에서 눈길을 모은 참가자는 방송 시점 기준으로 25표로 '한 수 위' 최다 표를 받은 보라(체리블렛)였다. 

또 다른 오디션 <걸스 플래닛 999>, 각종 뮤지컬 활동으로 보컬 실력에 대해선 일찌감치 호평을 받았던 보라는 힘과 기교가 고르게 가미된 하이톤 보컬로 '아이와 나의 바다'(아이유 원곡)를 멋지게 소화해 동료 경쟁자들까지 사로 잡았다. 그 뒤를 이어 각각 24표를 얻은 팀 동료 지원(체리블렛), 여름(우주소녀) 역시 탁월한 댄스 퍼포먼스로 눈길을 모았다. 

​'벌써 12시'(청하 원곡)로 단독 무대를 꾸민 지원은 화려한 안무 동작 외에 고음역대 보컬도 무난하게 소화하면서 놀라움을 자아냈고 <퀸덤2> 우승팀 우주소녀의 막내 멤버 여름은 대표곡 '이루리'와 커버곡 '음(Mmmh)'을 매시업으로 꾸몄고 수려한 댄스에 힘입어 타 침가자들로부터 많은 표를 획득했다. 반면 긴장감 때문에 자잘한 실수를 범하거나 본인과 잘 어울리지 않은 콘셉트로 준비에 임했던 일부 출연자들은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해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여전한 '악마의 편집' 유혹... 대놓고 감정 싸움 유도
 
 지난 13일 방영된 엠넷 '퀸덤 퍼즐'

지난 13일 방영된 엠넷 '퀸덤 퍼즐' ⓒ CJ ENM

 
​<퀸덤 퍼즐> 1회에선 많은 이들의 예상대로 몇몇 출연자를 마치 '빌런'의 역할로 활용하는 편집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사소한 동작, 표정 조차 마치 타 참가자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는 것 마냥 화면으로 활용하는 건 이 프로그램이 '엠넷표 오디션 예능'임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준다. 이렇다보니 일부 참가자를 분량 확보용 '악편(악마의 편집)' 대상으로 삼고 무명의 참가자가 급부상하던 과거 <프로듀스101> 식의 재탕이 우려된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었다. 

​더 큰 문제는 에필로그 형식으로 방송 말미에 등장한 화면이었다. 각자의 투표 평가는 리모콘을 사용한 무기명 비밀 투표 방식으로 이뤄졌다. 그런데 제작진은 참가자들을 따로 방에 불러 자신을 한 수 위, 한 수 아래로 평가한 참가자들의 명단 카드를 건네는 것이었다. 이를 열어보는 것은 출연자들의 선택이었고 일부 참가자들은 "전 안 볼래요"라고 고사했지만 또 다른 이들은 내용을 펼쳐보고 미묘한 감정 변화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 장면을 지켜본 어느 시청자의 "이제 하다하다 이간질까지 시키네"라는 표현이 적절할 만큼 아주 불필요한 설정을 억지로 삽입하면서 첫 회를 마무리 지은 것이었다. 건전한 승부 대결 대신 자칫 감정 싸움을 유도할 수 있는 방법까지 동원하다보니 분노를 넘어 실소를 자아낼 지경이었다. 이래 놓고 향후 한 팀으로 활동시키겠다는 방송사, 제작진의 사고 방식에 또 한 번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해당 장면의 등장에 대해 일부 시청자들은 "○○○ PD가 관여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은 1군일까? 4군일까?
 
 지난 13일 방영된 엠넷 '퀸덤 퍼즐'

지난 13일 방영된 엠넷 '퀸덤 퍼즐' ⓒ CJ ENM

 
엠넷과 제작진의 위태로운 편집과 제작 방식의 고수는 시청률 및 화제성 확보를 위한 안타까운 몸부림으로 받아 들여진다. 자극적인 전개가 아니고선 사람들을 끌어모으기 힘든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퀸덤 퍼즐>은 '욕하면서 보는 막장 드라마'식 제작에 스스로 매몰된 분위기였다.  

​유행을 선도하고 음악을 수용하는 수단으로서의 역할은 일찌감치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등 동영상 및 SNS 서비스에 내준 지 오래임을 감안하더라도 <퀸덤 퍼즐>로선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의구심을 피하지 못하고 말았다. 유튜브 선공개 영상을 시작으로 독한 맛 전개는 '노이즈 마케팅'에 비견할 만큼 화제 몰이 측면에선 일단 성공적으로 보이지만 다시 한번 이 예능의 가치 유무를 상기시켜 준다. <퀸덤 퍼즐>은 과연 1군일까? 아님 4군 프로그램일까?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퀸덤퍼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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