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피프티 피프티.
어트랙트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아무도 신인 걸그룹 피프티 피프티(새나, 아란, 키나, 시오)를 몰랐다. 4세대 걸그룹의 각축전이 극심해진 가운데, 중소기획사가 처음으로 내놓은 걸그룹이 조명을 받을 것이라 기대한 사람도 없었다. 지난해 발표된 데뷔 EP < THE FIFTY >에 실린 곡들이 좋은 평가를 받긴 했지만, 그 정도에 그쳤다. 2월에 발매된 신곡 'CUPID'는 멜론을 비롯한 국내 음원 차트에 진입하지 못했다.
그리고 2023년 5월, 전세계의 음악 팬이 피프티 피프티를 알고 있다. 5월 셋째주 미국 빌보드 핫 100 차트에서는 17위를 지키고 있다. 컨트리 슈퍼스타 모건 월렌의 'You Proof', 에드 시런의 신곡 'Eyes Closed', 포스트 말론의 신곡 'Chemical' 등보다 높은 수치다. 피프티 피프티는 8주 동안 빌보드 핫 100 차트를 지키며, 가장 오래 이 차트에 머문 케이팝 걸그룹이 되었다.
지금까지 케이팝 걸그룹이 발표한 곡 중 빌보드 핫 100 차트에서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한 곡은 블랙핑크의 'ICE CREAM'이다. 블랙핑크와 셀레나 고메즈가 협업한 이 곡은 발매 당시 핫 100 차트 13위까지 올랐던 바 있다. 지난 5월 19일 공개된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에서는 11위를 차지했다. 8주 동안 차트에 진입하면서 순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발표 당시에는 국내 차트에서 이렇다 할 힘을 쓰지 못 했지만, 해외에서의 좋은 성적과 함께 국내 차트에서도 선전하고 있다. 말 그대로 '역수입'이다.
우선 '음악의 힘'이 유효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도자 캣(Doja Cat)을 떠올리게 하는 디스코 사운드와 부드러운 멜로디, 멤버들의 성숙한 보컬이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케이팝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 역시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이지 리스닝 팝송으로 완성된 것. 대부분의 케이팝 그룹이 막강한 팬덤의 화력에 힘입어 차트에 진입한 것과 달리, 음악 팬들 사이에서 천천히 입소문을 타고 상승한 결과다.
단순히 노래가 좋다는 이유만으로 입소문을 탈 수는 없다. 숏폼 플랫폼인 틱톡에 그 단서가 있다. 최근 틱톡에서는 곡의 속도를 1.5배에서 2배 정도 빠르게 재생한 '스페드 업(Sped Up)' 버전이 유행이다. 한 틱톡커가 'CUPID'의 스페드 업 버전을 두고 '최고의 프리 코러스'라고 극찬했고, 그 후 'CUPID'는 틱톡에서 가장 애용되는 곡으로 올라섰다.
틱톡 사용자들은 이 노래를 가지고 마음대로 놀았다. 춤을 추고, 평범한 일상을 수식하는 배경 음악으로 삼기도 했다. 심지어 최근에는 프로레슬러 출신 배우인 존 시나가 이 곡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이 밈(MEME)이 되었을 정도다. 그리고 사람들은 틱톡에서 들었던 노래를 찾아 스트리밍 사이트나 유튜브로 향했다. 실제로 미국 MRC 데이터가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틱톡 사용자 중 75%가 틱톡을 통해 새로운 아티스트를 발견했다고 밝혔고, 사용자 67%가 틱톡에서 들은 노래를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찾아볼 것이라고 대답했다.
음악 시장의 질서가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