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체스트넛맨> 예고편 한 장면
Netflix
체스트넛은 밤나무 열매다. '노르딕 스릴러'답게 드라마는 체스트넛이 생산되는 덴마크의 깊은 가을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아름다운 건축물과 역사적 명소로 유명하다는 코펜하겐, 가을이라는 계절과 스릴러의 배경이 되어 등장하면 빼곡한 건물들로 채워진 공간이 그 자체로 장르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곳에서 아이들이 체스트넛의 열매로 재미삼아 만드는 인형을 남겨두는 연쇄살인이 발생한다. 대상은 아이 엄마다. 처음에는 손 하나, 다음에는 손과 발, 이런 식으로 잔인해지는 범죄, 더이상의 잔혹한 희생을 막기 위해 빨리 범인을 잡아야 한다.
시리즈을 이끄는 건 두 명의 여성이다. 그 중 한 명은 툴린이라고 하는 이 사건을 담당하게 된 여성 수사관이다. 학교를 다니는 딸과 함께 사는 싱글맘인 그가 바쁠 때면 멘토를 넘어 보호자같은 은퇴한 형사가 돌보지만 늘 아쉬움에 시달리는 그는 '강력계' 대신 디지털 범죄 쪽으로 전과를 요구하는 중이다. 하지만 팀장은 좀처럼 허락하지 않고, 그러던 중 사건이 벌어진다.
사건을 수사할수록 피해 대상은 주인공 툴린처럼 아이를 홀로 돌보는 싱글맘이라는 점이 밝혀진다. 그리고 범인은 범행을 저지르기 이전에 (피해 대상이) 아이를 방기했다고 사회복지국에 직접 고발할 정도다. 엄마로서의 방임을 범행으로 징벌하려 한다는 것이 드러났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늘 아이와 함께 할 시간이 없어 힘들어 하는 툴린이 범행 대상이 되는 게 아닐까 조마조마해진다. 심지어 후반부에 가면 아이는 친구와의 갈등으로 학부모가 와야 하는 학교 모임에도 빠지는 엄마를 외면, 자신을 돌보는 할아버지 집에 가 있겠다고 선언할 정도다. 범죄도 수사해야 하고, 엄마도 해야 하고, 6부작 내내 툴린의 '고전'이 그 자체로 인생의 스릴러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여주인공이 있다. 사회복지부 장관 로사 하르퉁이다. 그는 1년 전에 큰 딸이 유괴되어 살해된 사건의 피해자이다. 1년 동안 휴직(덴마크는 그런 사건을 겪으면 사회복지부 장관도 1년 동안 휴직이 된다)했던 로사가 복귀하는 것으로 극이 시작된다. 사건의 피해자였던 정치인의 의연한 복귀, 수상은 그런 그의 불행을 정치적 이슈로 적절히 이용하고자 한다. 드라마는 정작 살인 사건과 무관해보이는 가정이 겪은 불행, 그리고 드러나는 그를 향한 누군가의 협박이 사건과 궁극적으로 맞물려가는 과정을 통해 스릴러의 묘미를 드러낸다.
엄마로 살아가는 게 스릴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