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인사이트>의 한 장면
KBS
패트릭 쇼벨이 찍은 사진들엔 전남도청에서 최후 항전 중 숨진 윤상원 열사의 마지막 모습도 담겨 있다. 윤상원 열사는 '님을 위한 행진곡'의 모티프를 제공한 것으로 널리 알려졌다. 카메라는 광주 YMCA 앞에서 5.18 시민군으로 활동한 김종연 씨가 계엄군의 총에 맞아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참혹한 과정도 낱낱이 목격했다. 송선태 5.18 진상규명 조사위원회 위원장은 이 사진을 통해 YMCA에서의 사망자가 최초 확인됐다고 설명한다.
"시신 또는 입관 상태의 사진만 있었는데 사망에 이르게 되는 과정을 최초로 찍은, 학살 장면을 찍은 사진이다."
광주광역시의 자료에 따르면 5.18 사망자는 161명, 부상자는 2504명(연행, 구금 후 부상자 제외), 아동을 비롯한 행방불명자는 78명에 달한다. 패트릭 쇼벨이 촬영한 미공개 사진에는 당시 행방불명자로 처리된 10세 미만의 어린아이들의 모습도 담겨 있다. 그 가운데엔 당시 9살로 광주에서 실종됐던 조영운 씨를 계엄군이 데려가는 사진도 있다. 계엄군에 의해 강제로 연행되었던 그는 가까스로 달아나는데 성공하여 서울행 버스를 탔으나 집이 아닌 서울시립아동보호소로 보내지고 말았다. 그 후 청소년기엔 부산보호소에서 생활하는 등 고향을 등진 채 떠도는 신세로 전락했다.
다른 사진 중엔 당시 7살이었던 이창현 군도 보인다. 그는 1980년 5월 19일 집을 나서 광주역으로 갔다가 행방불명되어 지금까지 생사를 알지 못하는 상태다. 패트릭 쇼벨이 촬영한 사진엔 이창현 군이 연행자가 실린 버스에 오른 모습이 찍혀 있다. 이번에 패트릭 쇼벨의 사진들이 공개되면서 계엄군에 의해 어린애들이 강제 연행되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되었고 이를 계기로 5.18 진상규명 조사위원회는 행방불명 아동들이 강제로 보육 시설에 입소했거나 해외에 입양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조사 범위를 확대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