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인사이트>의 한 장면
<다큐 인사이트>의 한 장면KBS
  
사진은 찰나를 포착하여 영원 속에 담는다. 사진만큼 실상을 있는 그대로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수단은 없다. 1980년 5월, 광주에서도 목숨을 걸고 역사의 진실을 사진으로 기록했던 이들이 있다. 독일 제1공영방송의 일본 특파원으로 있던 위르겐 힌츠페터, 아시아 월스트리트 저널 서울지부 기자였던 노먼 소프, 광주기독병원 원목실장이었던 헌틀리 선교사 부부 등은 자신들이 두 눈으로 목격한 광주민주화운동 현장을 사진으로 담아 외신과 시민단체 등에 전달하여 참상을 세상에 알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프랑스의 사진기자 프랑수아 료숑과 패트릭 쇼벨도 군부에 의해 철저하게 고립된 광주에 잠입하여 참혹한 학살이 자행되던 순간을 필름에 남겼다. KBS는 지난 18일 방송한 <다큐인사이트> '1980, 로숑과 쇼벨' 편을 통해 프랑수아 로숑과 패트릭 쇼벨이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80년 5월의 광주의 모습이 담긴 미공개 사진 1073장을 돌아보고 그 속에 담긴 역사적 진실을 추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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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수아 로숑이 촬영한 하얀 상복의 어린 남자아이 조천호(당시 5세) 씨가 아버지 조사천(당시 25세) 씨의 영정을 들고 있는 이른바' 꼬마 상주' 사진은 외신을 통해 전 세계에 알려졌다. 조사천씨는 1980년 5월 20일 공수부대원들에게 구타를 당하는 학생들을 보고 참지 못해 시위에 참여했다가 숨졌다. 

당시 독일에 머물던 장용주 신부는 독일 뉴스를 통해 5.18을 접하고 독일 잡지 <QUICK> 1980년 6월호에 실린 '꼬마 상주' 사진을 포함한 독일 언론이 보도한 광주에 대한 사진들을 모아 한국으로 가져와 김양래 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 간사에게 전달했다. 이후 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는 장용주 신부가 전달한 사진들과 나경택 전 전남매일신문 기자가 찍은 사진들을 추려 광주가톨릭센터 전시실에서 '5.18 사진 전시회'를 열어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꼬마 상주' 사진은 한겨레 신문 창간호 특집에도 실렸다. 김영희 한겨레 편집인은 "'평범한 사람들이 희생당하고 아픔이 지금 계속되고 있다'는 걸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꼬마 상주' 사진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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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릭 쇼벨이 찍은 사진들엔 전남도청에서 최후 항전 중 숨진 윤상원 열사의 마지막 모습도 담겨 있다. 윤상원 열사는 '님을 위한 행진곡'의 모티프를 제공한 것으로 널리 알려졌다. 카메라는 광주 YMCA 앞에서 5.18 시민군으로 활동한 김종연 씨가 계엄군의 총에 맞아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참혹한 과정도 낱낱이 목격했다. 송선태 5.18 진상규명 조사위원회 위원장은 이 사진을 통해 YMCA에서의 사망자가 최초 확인됐다고 설명한다.

"시신 또는 입관 상태의 사진만 있었는데 사망에 이르게 되는 과정을 최초로 찍은, 학살 장면을 찍은 사진이다."

광주광역시의 자료에 따르면 5.18 사망자는 161명, 부상자는 2504명(연행, 구금 후 부상자 제외), 아동을 비롯한 행방불명자는 78명에 달한다. 패트릭 쇼벨이 촬영한 미공개 사진에는 당시 행방불명자로 처리된 10세 미만의 어린아이들의 모습도 담겨 있다. 그 가운데엔 당시 9살로 광주에서 실종됐던 조영운 씨를 계엄군이 데려가는 사진도 있다. 계엄군에 의해 강제로 연행되었던 그는 가까스로 달아나는데 성공하여 서울행 버스를 탔으나 집이 아닌 서울시립아동보호소로 보내지고 말았다. 그 후 청소년기엔 부산보호소에서 생활하는 등 고향을 등진 채 떠도는 신세로 전락했다.

다른 사진 중엔 당시 7살이었던 이창현 군도 보인다. 그는 1980년 5월 19일 집을 나서 광주역으로 갔다가 행방불명되어 지금까지 생사를 알지 못하는 상태다. 패트릭 쇼벨이 촬영한 사진엔 이창현 군이 연행자가 실린 버스에 오른 모습이 찍혀 있다. 이번에 패트릭 쇼벨의 사진들이 공개되면서 계엄군에 의해 어린애들이 강제 연행되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되었고 이를 계기로 5.18 진상규명 조사위원회는 행방불명 아동들이 강제로 보육 시설에 입소했거나 해외에 입양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조사 범위를 확대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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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민주화운동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가장 중요한 발포 명령을 누가 내렸는지조차도 지금까지 규명되지 않았다. 전두환을 비롯한 신군부 세력은 사과 한마디 없이 사건을 은폐하거나 왜곡하며 민주열사들과 유가족들의 명예를 짓밟았다. 43년 만에 세상에 나온 프랑수아 료송과 패트릭 쇼벨의 사진들은 계엄군이 자행한 민간인 학살, 행방불명자 신원 확인 등 진실을 규명할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역사를 다시 상기시키는 계기이기도 하다. 현재도 전선 기자로 우크라이나 전장을 취재하는 패트릭 쇼벨은 말한다.

"그 사건을 지워버리는 어떠한 시도가 있어도 당신들이 조사하고 내 사진들과 우리들의 증언이 있으니, 광주에서 싸웠던 분들에 대한 기억은 잊힐 수 없다. 이것이 우리가 이 일을 하는 이유다."
다큐인사이트 프랑수아 로숑 패트릭 쇼벨 5.18 광주민주화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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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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