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홍김동전'

KBS '홍김동전' ⓒ KBS

 
지난해 7월 첫 방영된 이래 잦은 방송일 변경, 휴방 및 결방을 거치면서 시청률 1~2%대를 면치 못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있다.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KBS 2TV <홍김동전>이다. 김숙-홍진경-조세호-주우재-우영 등 5명의 멤버들이 동전을 던져 운명을 맡기는 이 예능은 철저히 1990~2000년대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구성을 상당부분 옮겨 놓았다.  

​출연진들이 늘 망가지고 서로를 배반하는 과정을 통해 연일 웃음을 생산하지만 좀처럼 시청률은 크게 요동치지 않는다. 그런 탓에 얼마 전엔 공식적으로 부인되긴 했지만 "프로그램 폐지"라는 어느 매체의 기사도 등장했다. 일반적인 프로그램이라면 이미 간판을 내리고도 남았을 법했지만 어찌되었건 간에 <홍김동전>은 개편의 칼날을 피할 수 있었다. 

​비록 시청률은 변변치 못해도 살아남은 주요 이유는 유튜브, SNS 등에서의 마니아 층 확보와 OTT 등에서의 쏠쏠한 인기 등에 기인한다. 좀처럼 예능에서 얼굴을 보기 어려운 방탄소년단 지민, 빅뱅 태양 등이 기꺼이 초대손님으로 나서줄 만큼 <홍김동전>은 화려하진 않지만 든든한 응원단을 이렇듯 쌓아가고 있다.  

기획사 인기스타+연습생으로 변신한 멤버들
 
 KBS '홍김동전'

KBS '홍김동전' ⓒ KBS

 
지난 18일 방영된 <홍김동전>은 '홍김엔터테인먼트 야유회'라는 주제 속에 유쾌한 시간을 마련했다. 늘 그러하듯이 이날 역시 동전 던지기는 빠짐없이 등장한다. 이를 던져 각각 인기 스타, 연습생으로 신분이 바뀐 멤버들은 각자에게 부여된 도구 등을 이용해 웃음을 선사했다.  

태양의 무대 의상을 흉내낸 조세호가 등장하자 이에 김숙-홍진경 등은 "저거 3년 동안 빨지 않은 난닝구"(?)라는 지적으로 그를 당황시킨다. 홍진경에겐 인형 4개가 매달린 도구가 부여되었다. 이를 짊어진 홍진경은 방송 내내 끌고 다니면서 "무조건 칼군무+솔로 이탈 불가" 등을 언급해 웃음을 자아낸다. 최근 신곡 '나의 마음에'를 발표하고 홍보 활동에 나선 태양도 기꺼이 인형을 둘러 맨 채 '링가링가'를 열창하며 재미를 선사했다.  

이달 방송의 백미는 멤버들의 협동심을 가늠해보는 '텔레파시' 게임이었다. 준비된 식탁 위 고기 한 점을 모두 먹지 않으면 푸짐한 한우 식사를 제공하는 조건었지만 예상대로 조세호, 홍진경 등의 이탈자가 등장하면서 미션에 실패했다. 각종 황당한 이유를 대면서 서로를 비난하는 등 특유의 배신이 난무하는 <홍김동전>은 특유의 방식으로 한 시간 반 가까이 즐거운 한때를 보내게 되었다.  

"최고의 웃음 버튼" 조세호+홍진경
 
 KBS '홍김동전'

KBS '홍김동전' ⓒ KBS

 
뭔가 부족함이 넘치는 <홍김동전> 멤버 중 특히 '웃음버튼' 역할을 기꺼이 맡아주는 인물은 조세호, 홍진경이다. 특유의 과장된 화법과 반비례하는 어설픈 각종 행동 덕분에 매주 치명적인 웃음을 생산하는 주역으로 자리 잡았다. 노래, 춤, 운동을 배워보는 내용으로 꾸며진 지난주 11일 방영분에선 동료들조차 웃다가 눈물 흘릴 만큼 매서운 즐거움을 연출해냈다.  

트와이스, 에이핑크, 스테이씨 등을 담당한 유명 프로듀서 라도를 만나 노래를 배우는 자리에서 조세호는 "구내염 보컬"이라는 제작진의 자막에 걸맞는 기막힌(?) 보컬 실력을 과시해 멤버들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그런가 하면 라도 PD의 대표작을 잘 모르던 홍진경은 컨닝 등으로 곡 제목을 급히 파악했지만 죄다 엉뚱한 내용을 늘어 놓아 현장을 초토화시켰다.

그런가 하면 김숙의 소개팅으로 꾸며진 방영분에선 '라엘이 엄마' 홍진경은 "왜 나는 소개팅 나가면 안되냐?"는 당황스런(?) 발언 속에 삐친 모습을 선사해 이를 달래주는 동료들의 모습과 더불어 황당하지만 나름 이유 있는 웃음을 터뜨리게 만들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기꺼이 망가짐을 주저하지 않는 이들의 활약은 "출근길에 누르지 말았어야 했어", "내 횡경막이 반응했다" 등 재치 넘치는 시청자들의 유튜브 속 댓글로 이어졌다.

아무 생각 없이 웃고 싶을 때 필요한 예능​
 
 KBS '홍김동전'

KBS '홍김동전' ⓒ KBS

 
​타 방송국 대비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분위기가 강한 KBS 주요 유튜브 채널의 운영을 감안하면 <홍김동전>은 온라인 공간에서 만큼은 선전을 펼치면서 조금씩 이들을 응원하는 구독자, 시청자들을 확보하고 있다. 최근 들어선 팬들이 직접 주요 부분을 편집해서 올리는 영상들도 함께 눈길을 모으기도 한다. 제작진이 놓쳤던 또 다른 재미 요소들을 포착한 그들의 노력까지 곁들어 지면서 때론 공식 영상 못잖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프로그램에 힘을 보태준다

분명 인기 예능은 아니지만 열성적인 마니아를 확보하는 독특한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게된 데엔 <홍김동전> 특유의 약점이 한몫을 차지한다. 복고를 지향하면서 큰 축을 담당하는 복불복에만 의존하다보니 소재 측면에서 단순함과 차별성에 종종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한다. 때론 속도감 없이 늘어지는 분위기를 야기하는 분량도 존재했다. 이러한 부분을 메워준 건 KBS 답지 않은 젊은 감각의 자막, 멤버들의 앞뒤 가리지 않는 웃음 열정과 더불어 '단합력 제로'에 가까운 예능적 케미에 기인한다.  

온갖 개인기와 예능감을 쏟아 부은 덕분에 단점을 상쇄시키면서 아무 생각 없는 웃음이 필요한 사람들을 하나 둘씩 자신의 편으로 끌어 모았다. ​BTS 지민, 태양이 여타 인기 예능 대신 이곳을 선택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았다. 비록 <홍김동전>을 둘러싼 주변의 분위기는 '풍전등화'에 비유할 만하지만 출연진들의 정성에 힘입어  <홍김동전>은 일종의 '컬트 예능'처럼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홍김동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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