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말이야 바른 말이지> 스틸 이미지
서울독립영화제
60여 분 남짓한 러닝타임 동안 <말이야 바른 말이지>는 숱한 한국사회 현실 쟁점을 풀어낸다. 청년세대 주거문제, 반려동물 열풍의 명암, 여전한 지역차별과 새롭게 대두되는 신종차별의 교차, 소모적으로 치닫는 젠더갈등, 모두가 책임을 회피하기만 급급한 환경문제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채로운 우리 시대 사회적 갈등을 이 옴니버스 영화는 품어내려 도전한다. 물론 한국 독립영화가 과거에 비해선 많이 위축되었을지 몰라도 사회문제를 풀어내는 시도가 여전하기에 본 작품의 시사적인 접근이 특별히 새롭지는 않게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의 강점은 그저 현상적 문제지점을 끄집어내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숲' 전체를 조망하는 간접체험으로 관객을 인도하려는 설계에 있다. 요즘 2030세대들이 주 생산자가 된 한국독립영화가 개인이 느끼는 다양한 불안과 억압을 세밀화로 묘사하는 데 탁월한 성취를 이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각자의 불만을 토로하는 결론으로 기우는 경향성을 안타까워하던 관객이라면 유독 돋보이는 장점일 테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는 각각의 단편들을 통해 현재 한국사회가 처한 위기상황의 단면들을 풀어내면서도 단순하지만 효과만점인 선악 구도로 치닫는 유혹과 거리를 둔다. 관객에게 대리만족을 제공해 일시적 쾌감을 줄지언정 현실의 복잡다단한 상황 해결에는 관심이 먼 상업영화의 방법론과 결정적으로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그 대신 이 영화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얼마나 망가져 있는지, 문제를 풀기에 장애물이 얼마나 그득한지를 외면하지 말고 직시하자고 관객을 설득한다. 그 과정은 절대로 편안할 수 없다. 하기에 코미디 방식을 전유해 역설적으로 작품 속 이야기들이 전하고자 하는 이 세계의 진실을 거부할 수 없도록 관객을 유혹해 꽁꽁 붙들어 맨다. 그런 수고로움을 통해 구현된 '웃픈' 한국사회의 다각적 조명은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무한히 분열되어 갈등하고 적대하는 개인과 집단들을 소통으로 이끄는데 해결해야 할 난제-이 실로 첩첩산중임을 논증한다.
여기에 마지막으로 언급할 지점은, 영화 전체의 시작점인 <프롤로그>와 끝을 차지하는 <새로운 마음>이 수미상관을 이루며 형상화되는 구조적인 통찰이다. 영화 속에서 다종다양한 현실 모순을 다루지만 결국 이야기 전체를 관통하는 것은 '노동'의 문제다. 특히나 현실 불안정노동의 현주소를 폭로하는 데 <말이야 바른 말이지>는 탁월한 효능을 발휘한다. 그야말로 21세기 판 대안적 '노동영화'에 도전하는 작업인 셈이다. 비록 각각의 에피소드들이 연출가 성향과 입장, 조건들의 상이함 때문에 톱니바퀴처럼 딱딱 맞아떨어지진 않지만, 그럼에도 현 시점에서 한국사회의 쏟아지는 갈등사례들을 소개하는 영상자료로 손색이 없다. 덧붙여 갈 길은 험하고 끝도 통 보이지 않지만 어떻게든 가야할 길, 해결해야 할 숙제라는 영화 속 견고한 믿음이 더욱 소중하게 다가오는 작업이다.
<작품정보> |
말이야 바른 말이지 CITIZEN PANE
2022|한국|하이브리드 소셜 코미디
2023. 05. 17. 개봉|69분|전체관람가
총괄 PD 윤성호
감독 김소형, 박동훈, 최하나, 송현주, 한인미, 윤성호
출연 김경일, 양현민, 김소형, 김우겸, 정승길, 조윤서, 신사랑, 오경화,
서벽준, 윤가이, 김준석, 이태경 외
기획/제작/배급 서울독립영화제
공동제작 시트콤협동조합, 씨에스 픽쳐스
제작지원 KB국민은행 한국독립영화협회
2022 23회 전주국제영화제 코리안시네마
2022 10회 무주산골영화제 판 섹션
2022 11회 광주독립영화제 개막작
2022 24회 정동진독립영화제
2022 27회 부산국제영화제 커뮤니티 비프
2022 48회 서울독립영화제 페스티벌초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