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퀸메이커> 스틸 이미지
Netflix
물론 여성 캐릭터들을 내세운 작품들이 인기를 끌었던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지난해만 해도 신드롬을 일으켰던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열풍이 있었고, 드라마 <술꾼 도시 여자들> <검색어를 입력하세요www> <작은 아씨들>이나 영화 <삼진그룹 영어 토익반> <마녀> 등 여성 주인공을 전면에 내세운 드라마, 영화 역시 최근 몇년간 꾸준히 등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중년 여배우들이 입체적인 캐릭터로 다양한 서사를 보여주는 최근의 경향은 분명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주로 주인공의 어머니에 머물러야 했던 과거에 비해, 주체적으로 위기를 돌파해 나가고 성장하는 중년 여성들의 변화는 반가울 수밖에 없다. SNS, 커뮤니티, 유튜브 댓글 등지에서도 이들을 응원하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인기리에 방영 중인 <닥터 차정숙>은 특히 비슷한 경험을 하며 살아온 중년 세대들에게 큰 공감을 얻고 있다. "내 이야기 하는 것 같다", "차정숙 보는 재미에 산다", "나는 의사도 아닌데 왜 이렇게 (차)정숙에게 공감되는건지 모르겠다. 나도 모르게 (드라마를) 보면서 울고 있다"는 댓글도 적지 않다. 젊은 세대들도 열광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최근 <닥터 차정숙>을 재밌게 보고 배우 엄정화의 팬이 됐다는 신윤정씨는 "이런 장르의 드라마를 너무 기다려왔다. 여성의 희생이 당연한 게 아니라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낸 부분이 좋다"고 말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이승한 대중문화 평론가는 전도연, 문소리, 김희애, 엄정화 등 스타 배우들의 영향력에 기댄 부분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18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작품들의 주연 배우들은 그동안 결혼 혹은 나이가 들면서 활동이 뜸해지던 여성 배우들의 관례를 깨고 꾸준히 활동하면서 영역을 확장해왔던 분들이다. 여성 서사가 더 많이 필요하다고 말씀했던 분들이기도 하다"며 "그동안 '여성 서사가 필요하다'는 당위 만으로는 안 되는 부분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배우들이 스타 파워를 그대로 지닌 채로 50대에 진입하면서, 자연스럽게 이 분들을 중심으로 하는 작품이 생겨날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정덕현 평론가는 드라마 콘텐츠의 시청자층이 소구하는 포인트와 맞물려서 생겨난 변화라고 보았다. 그는 17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오래 전부터 드라마의 주 시청층은 여성이었다. 그러나 TV 드라마를 보는 시청층은 중년, 중장년으로 연령대가 높아지고 있고 그들의 판타지를 건드리기 위해 중년 여성이 새롭게 도전하는 캐릭터나 서사가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그동안 여성을 시청 타깃으로 보지 않은 드라마는 없었지만, 최근 여성 서사를 보면, 온전히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중년 여성 캐릭터가 많고 멜로의 틀에 머물러 있지 않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덧붙였다.
모성에 대한 새로운 담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