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예능 프로그램 <장사천재 백사장>의 한 장면
tvN
<장사천재 백사장>은 외식 경영 전문가로 유명한 백종원의 능력치를 직접 확인하는 프로그램이다. 악랄한(?) 제작진은 한식 불모지인 해외(모로코, 이탈리아)에서 창업부터 운영, 요리까지 통으로 백종원에게 맡겨 한식 밥장사에 도전하게 만든다. 그동안 맛집 탐방이나 식당 솔루션 등 여러 방면에서 음식 예능을 주도해 왔던 그에게 본업인 경영자로서의 모습을 요구한 것이다.
백종원표 예능, 그러니까 백종원이 기존에 예능에서 보여준 모습들은 다음과 같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식당 운영을 평가하고 적절한 솔루션을 제시하는 것, tvN <집밥 백선생>에서 따라하기 쉬운 요리 레시피를 알려주는 것, tvN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에서 유명한 맛집을 탐방하는 등이다. 그 외에도 JTBC <양식의 양식>에서는 음식에 대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이를 종합적으로 분석하면 예능 속에서 백종원은 우러러봐야 하는 '선생님'에 가까웠다. 그런데 <장사천재 백사장>에서 백종원은 평가하고 가르치는 위치에서 과감히 내려왔다. 필드에서 직접 선수로 뛰어야 하는 상황은 변수가 많아서 천하의 백종원이라 할지라도 당혹스럽다. 시청자 입장에서도 입장이 바뀐 백종원의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건 굉장히 흥미로운 일이다.
그렇다면 이미 흔해져서 식상해지기까지 한 다른 해외 음식 예능과 <장사천재 백사장>의 차별점은 무엇일까. tvN <윤식당>을 시작으로 tvN <현지에서 먹힐까>, JTBC <한국인의 식판>, tvN <서진이네>까지 해외로 나가 외국인에게 한국 음식을 판매하는 예능 포맷은 기본적으로 '국뽕'(자국 문화의 자긍심에 과도하게 도취된 행태를 마약에 비유한 신조어)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외국인들이 한식을 이렇게 좋아한다'는 것을 시각화해서 시청자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게다가 이러한 경우 장사의 난도는 그리 높지 않다. 출연자들은 도전 장소를 미리 고지받기 때문에 적합한 메뉴를 설정할 수 있다. 또, 제작진이 정해진 장소에서 음식을 만들어 판매하기만 하면 된다. 일정한 가이드라인이 잡혀 있기에 출연자들은 그 틀 안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면 그뿐이다. 카메라에는 고생하는 출연자들의 모습과 한식을 맛있게 먹는 손님들의 모습이 교차해서 담긴다.
하지만 <장사천재 백사장>은 달랐다. 다른 해외 음식 예능이 '한식의 힘'을 증명하겠다는 의지로 똘똘 뭉쳐있다면 <장사천재 백사장>에는 '백종원의 능력'을 보여주겠다는 야심이 엿보인다. 그래서 제작진은 백종원에게 장사를 해야 할 장소를 공항에서 알려주고 곧바로 현장에 투입했다. 백종원은 모로코의 마라케시나 이탈리아의 나폴리처럼 한식의 불모지에서 장사를 시작해야 했다.
실패조차 방송에 내보낸다는 제작진의 과감함